[해외] 고성묘사에 바친 13년 세월
기사입력 1999년 01월 21일 15시 11분
매일 끊임없이 반복되는 당신의 직업이 지겨워진다면 이 남자를 생각하라.
세상엔 별난 직업도 많지만 뉴질랜드 태생의 앨런 휘트워스씨(48)의 일처럼 끔찍하게 지겨운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셔널 이그재미너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휘트워스씨의 일은 영국 컴브리아 카운티에 있는 길이 20.8㎞의 로마시대 돌성 `하드리안스 월'의 모습을 스케치하는 것. 그는 돌과 돌 사이에 벌어진 틈의 모양까지 꼼꼼하게 그려내야 하는 이 일을 지난 13년동안 해왔다.
이 `인내심의 모델'은 지난 13년동안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1주일에 5일씩 이 황량한 언덕에 쪼그리고 앉아 돌들의 모양을 그려왔다. 그리고 앞으로 10년 이상을 더 그렇게 일해야 한다.
휘트워스씨는 "1㎞의 돌담 양쪽면을 모두 스케치하려면 꼬박 16개월이 소요된다"며 "먼저 돌담의 남쪽면 1㎞를 그린 다음 북쪽면의 1㎞를 그리는 방식으로 일한다"고 설명했다.
이 돌성은 야만인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서기 117년부터 12년간 재임한 하드리안 로마황제의 지시로 축조된 유적. 영국 정부 산하의 문화재보호재단인 잉글리시 헤리티지가 이 유적의 정확한 이미지를 보전하기 위해 휘트워스씨를 고용한 것이라고 한다.
휘트워스씨는 "한번으로 끝나는 일이다. 내가 한번 끝내면 다른 사람이 다시 하지 않아도 될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고 있다. 일을 시킨 사람이나 맡은 사람이나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