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눈 (4)
기사입력 1999년 01월 20일 14시 42분
김호진은 아침에 늦잠을 잤다. 간밤에 야근을 한 때문이기도 했지만, 자기 눈에만 보이는 사람들이 도대체 누구인지, 연거푸 헛 것을 본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뒤척이다 늦게 잠이 든 때문이었다.
호진은 아침도 거른채 부산을 떨었다. 다행히 회사에 지각은 면할 수 있었다.
사내 분위기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활기에 넘쳤다.
호진 역시 다시 일과에 파묻혔다.
그러다 점심 때쯤이었다. 호진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김호진씨. 이 빌딩 경비 아저씨 알지?"
"경비가 한둘이야?"
"아니. 그 박씨 아저씨 말이야?"
"아, 알지. 어제도 봤는 걸…."
"그래? 그런데 그 아저씨가 간밤에 돌아가셨대."
"뭐?"
"누군가에게 목이 졸려 돌아가셨대. 정말 모를 일이야. 그렇게 순진하신 분이 누구한테 원한을 사서 그런 지는 몰라도…. 휴."
김호진의 머리 속은 이보다 더 복잡해 질 수 없었다. 그가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것 같았다.
그의 혼란은 교통사고 현장에서 헛 것을 본 것이라 생각하고 넘어갔던 그 할머니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후 생각들이 엉켜버린 것 같았다. 어제의 일이 한꺼번에 물밀듯이 그의 머리속으로 밀려오고 있었다.
`나한테만 보이는 것? 대체 이게 무엇이란 말인가?'
며칠 끙끙 앓던 김호진은 회사에 휴가원을 냈다.
호진은 그동안 신경을 몹시 쓴 탓인지 눈이 몹시 아픈 것을 느꼈다.
수술의 부작용인가 하는 생각에 병원에 전화도 걸어보았지만, 병원에선 무리를 했거나 신경이 예민해져서 그럴 거라고만 했다.
그리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곧 괜찮아 질테니 신경쓰지 말라고 덧붙였다.
호진은 그동안 회사일이 너무 바빠 연락을 못하고 지냈던 친구 박명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오랫만에 얼굴이나 보자는 그의 제안에 흔쾌히 시간과 약속 장소를 정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김호진은 명준을 만나 그간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것을 얘기하고 싶었다. 훌훌 털어버리고 나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모처럼 기분좋게 샤워를 했다. 그리고는 밖에 뭘 입고 나갈까, 이옷저옷 뒤적이며 거울 앞에서 신바람을 냈다.
그는 정말 오랫만에 거울 앞에 섰다. 호진은 얼굴을 거울 앞에 바싹 갖다댔다. 그리고는 눈동자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식받은 눈！'
누구의 눈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고마운 사람이었다. 호진에게 새로운 빛을 안겨다 주었으니….
물끄러미 거울을 바라보던 호진은 한발 거울 뒤로 물러났다. 거울을 가득 메웠던 그의 얼굴이 조금씩 작아졌다. 거울에 공백이 생겼다.
이때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의 심장은
억제할 수 없을 만큼 쿵쾅거리고 있었다.
거울 속에 웬 사람. 얼굴이 피범벅이 된 정체불명의 사람이 거울 속에 나타났다. 눈이 빠진채 그 자리가 '휑'하니 비어있는 모습…. 호진은 기절하듯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
"도대체 사람을 죽여도 곱게 죽일 것이지. 이게 뭐야? 잔인하게시리…."
"근데 대체 눈알은 어따 쓸려고, 눈알만 빼갔어?"
"박형사, 쓸데 없는 소리말고 빨리 본사에 상황보고나 해！"[끝]
글 남규진(컴퓨터딜러)
/하이텔 미즐모(미스터리를 즐기는 모임) /go sg8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