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책으로 보는 '벅스 라이프'
기사입력 1999년 01월 20일 14시 42분
지구상에서 가장 처음 농사를 지은 동물은 무엇일까. 인간? 아니다. 개미다. 인간은 겨우 1만년 전부터 농사를 지었지만, 개미는 5천만년 전에 이미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지금도 중남미 열대림에서 나뭇잎 위에 버섯을 기르는 잎꾼개미가 그 주인공이다.
개미의 생활은 인간과 유사한 점이 많다. 우리들의 호기심도 크다. 그러나 개미에 관해 아는 것은 실제로 많지 않다. 그 개미의 행동과 생태를 알기 쉽게 쓴 과학교양서가 나왔다. 서울대 동물학과 최재천교수의 `개미제국의 발견'(사이언스북스).
동물행동학자가 개미제국 탐험을 안내한 책이다. 약 9천500종, 1만조 마리에 이르는 개미사회를 경제, 문화, 정치로 나누어 자세하게 설명한다. 컬러사진도 곁들여 생생함을 더해준다.
잘 알려진대로 개미의 분업제도는 인간만큼 정교하다. 가장 신기한 것은 `번식분업'. 여왕개미는 평생 알만 낳고, 일개미들은 섹스를 비롯해 번식에 필요한 모든 업무를 담당한다. 일개미의 직업은 나이에 따라 구분된다. 어릴 때는 간호사나 산파, 청년기엔 유모, 장년기엔 군인 역할을 맡는다. 식량도 조달한다.
개미사회는 철저하게 여성 중심으로 굴러간다. 최고 통치자도 여왕이고 집안일, 바깥일을 모두 여자들이 관장한다. 수개미들은 짧은 정사를 가진 후 세상을 떠난다. 놈팽이나 다름없다. 바꾸어 말하면, 여자들은 평생 일만 하다 죽는다.
정치 분야로 눈을 돌리면 더욱 신기하다. 인간과 아주 비슷하다. 자식도 포기한 채 여왕을 위해 봉사하는 개미가 있고 일개미들의 역적모의(알을 낳은 행위), 여왕개미간의 치열한 권력투쟁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전쟁이 일어나면, 대량학살도 마다하지 않는다. 인간 외에 노예를 부리는 유일한 동물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개미가 태양을 이용해 방향을 잡는다는 것. 햇빛 차단막을 세우면 개미는 길을 잃고 우왕좌왕한다. 보디가드 산업의 창시자도 개미다. 숙식을 제공받고 보초를 서주는 개미도 있다.
[임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