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150여가지 음식 척척 '꼬마 요리박사'
기사입력 1999년 01월 19일 14시 37분
초등학생이 요리책을 냈다.
서울 연신초등학교 6년생인 심신행양(12)은 방학을 맞은 친구들에게 칼을 안 쓰고 집에 있는 재료 한두가지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법을 가르쳐주고 싶어 `신행이의 행복한 요리'(김영사)를 펴냈다.
"출출할 때면 김치전을 해 먹어요. 물과 밀가루를 같은 비율로 섞어 반죽한 뒤 송송 썰은 김치를 넣어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부쳐내면 돼요. 참, 김치에 파를 섞으면 더 맛있는데…."
신행이는 또 손수 개발한 꼬치김밥 만드는 법도 공개했다.
"주먹밥을 만들어 김으로 싼 뒤 삶은 메추리알, 소시지, 맛살을 순서대로 끼워넣으면 돼요."
핫도그 만드는 법도 간단한 편이라고.
빵 가운데에 상추를 펴고 삶은 소시지를 끼운 뒤 삶아 으깬 달걀을 마요네즈와 함께 펴 바르고 케첩을 뿌려 먹으면 한끼 식사로 거뜬하다고 말한다.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알더라구요. 물 끓이다 주전자 한번 태운 것 빼고는 별다른 실수를 한 적도 없고…."
딸 때문에 부엌에서 설 자리가 없어졌다는 엄마(41)의 말이다.
엄마가 집을 비우면 손수 장도 본다고. 사태를 사다 무국, 수육, 육개장을 끓인 적도 있다고 한다.
신행이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앞치마를 맸다.
"요리 잘 하는 엄마가 늘 부러웠어요. 나도 한번 해보자 싶어 시험삼아 된장찌개를 끓여봤는데 온 가족이 너무 맛있게 먹는 거에요. 자신감이 생기더라구요."
방학을 맞은 신행이는 요즘 부모님과 여동생 미경(11) 보경(10) 민경이(6) 등 여섯식구의 매끼 저녁을 혼자 준비하고 있다. 김치찌개 끓이고 콩나물 무치고 콩자반 볶는데 한시간도 안 걸린다.
야참도 신행이 차지. 골뱅이 무침은 술 좋아하는 아빠(41) 몫. 동생들이 배고프다면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밥에 야채참치를 섞어 볶아준다.
"요리는 사람 속 같아서 해도 해도 모르겠어요. 재료를 어떻게 가감하고 불 세기를 어떻게 달리하느냐에 따라 매번 맛이 달라지거든요."
신행이는 뚝 하면 딱 하고 만들어낼 수 있는 150여가지의 요리 가운데 40여가지를 간추려 이번 책에 담아 냈다.
[정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