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패션] 진태옥-김희애 '심플한 라인과 지성미'
기사입력 1999년 01월 18일 14시 12분
디자이너가 말하는 스타, 스타가 본 패션은 어떤 것일까. 이번주부터 `스타 플러스 스타'를 신설, 국내 톱디자이너와 스타의 `무대 밖' 만남을 지상 중계합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두 별들의 인연, 작품에 대한 애정, 살아가는 이야기가 생생하게 펼쳐질 `스타 플러스 스타'는 격주로 게재됩니다. [편집자 주]
패션계의 `대모' 진태옥은 TV 스타와 그리 가까운 편은 아니다. 무용가 홍신자, 연극인 윤석화에겐 공연 의상도 종종 만들어주지만 TV 협찬은 `오 노(Oh No)'다.
그런 진태옥이 유일하게 두 손 들어 반기는 이가 김희애다.
"KBS TV `여심'을 보는데 웬 배우가 눈에 쏙 들어오더라구요. 맑은 미소가 어찌나 예뻐보이던지. 이런 무공해 미인이 있나 싶더라구요. 연기까지 똑 떨어지게 하더군요."(진태옥)
93년 파리에 진출, 세계 무대에서도 인정받는 진태옥은 극도의 세련미를 자랑하는 옷을 만들어온 디자이너. 심플한 라인이 고급스러운 그의 작품과 지성적인 이미지의 김희애는 닮은 꼴이다. 동양적인 아름다움이 배어나온다는 점 또한 그렇다.
"제가 선생님 옷과 어울린다면 영광이죠. 디자인이 굉장히 독특하거든요. 특히 깔끔한 선 처리가 인상적이에요. 입고 있으면 저절로 우아해지는 것 같죠."(김희애)
오고가며 인사나 하던 둘이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은 건 지난 94년. MBC TV `까레이스키' 촬영을 앞둔 김희애는 디자이너 진태옥을 떠올렸다. 무작정 찾아가 협찬을 부탁했다. 거절을 각오하고. 그런데 진태옥이 의외로 흔쾌히 승낙을 한 것.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파 배우의 부탁을 어떻게 거절하겠냐"며 진태옥은 파리 컬렉션을 준비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옷을 두상자나 만들어 보냈다.
그뒤로도 둘의 인연은 이어졌다.
김희애는 진태옥의 영향으로 세례를 받았으며, 진태옥은 김희애를 위해 기도를 아끼지 않았다. 얼마전엔 예쁜 아기 옷을 사서 보내기도 했다.
"종종 아름다운 글을 적은 카드를 보내주세요. 사람과 잘 친해지지 못하는 저를 항상 끌어안아주시니 감사할 뿐이죠."(김)
요즘 진태옥은 한달여 남은 파리 컬렉션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IMF로 1년이나 쉬었던 무대. 그동안의 안타까움을 쏟아붓듯 막판 작업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김희애 또한 카메라 앞에 다시 설 준비를 하고 있으니 설레고 분주하기는 마찬가지.
"협찬을 또 부탁할거냐"는 질문에 김희애가 먼저 말문을 연다. "이미 도움을 너무 많이 받았다". 그러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태옥이 "집에만 있기엔 재능이 너무 아까워. 일을 시작하면 당연히 내가 옷을 해줘야지"라며 돈독한 애정을 과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두 별의 만남은 이렇게 아름답고 따뜻했다.
[전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