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성직격인터뷰] 심재학-코너위크 뛰어난 투수다짐
기사입력 1999년 01월 18일 14시 02분
`타자가 투수로 변신한다'는 사실 자체가 큰 화젯거리였다.
지난 한달동안 LG의 뉴스 초점은 4번자리를 버리고 `신인 투수'로 시작하는 심재학(27).
충암고 시절 등판 경기를 중계, `변화구가 좋은 투수'로 심재학을 기억하고 있는 본지 하일성 해설위원은 "요즘 인기좋네"라며 말문을 열었다.
▲하일성(이하 하):(웃으며)지난 95년 입단 이후 요즘처럼 기사많이 나오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
▲심재학(이하 심):평상시의 3배 정도 인터뷰 요청이 들어옵니다. 특히 작년말에는 핸드폰을 꺼놓는 것은 물론 집 전화선까지 다 빼놓을 정도였습니다.
▲하:투수라는게 실감나?
▲심:아직까지는 실수가 많습니다. 훈련 첫날에는 헬멧이랑 방망이랑 모두 챙겨가지고 잠실구장으로 나갈뻔 했습니다. 며칠전에는 처음으로 마운드에 서봤습니다. 외야수일때는 그렇게 가깝게 보이던 홈플레이트가 왜 그리 멀어보이는지….
▲하:대학때부터 투수로 뛰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지?
▲심:고려대 시절 투수 인스트럭터를 맡았던 두산 김인식감독님이 "내가 감독하는 팀에 입단하면 무조건 투수야"라고 하셨습니다. 이광환감독님께서도 지난 95년부터 투수를 권유하셨습니다. 이감독님은 작년 11월 제주도 드림팀 훈련때도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하:투수를 하려면 그때가 훨씬 낫지 않았을까.
▲심:대학때는 김홍집선배 같은 좋은 왼손투수가 있어 투수로서는 대표팀에 뽑히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프로에 와서는 자존심 문제였습니다. 타자로서 역대 최고 계약금을 받고 입단했는데 한시즌도 안 되서 투수를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그럼 지금은.
▲심:처음에는 나이 때문에 걱정도 많았지만 마음을 굳혔습니다. 굳이 이유를 달자면 더 잘 하는 선수가 되기 위한 것입니다. 작년말에는 강원도 강릉과 속초를 다니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3일 천보성감독님과 면담한뒤 결심했습니다.
▲하:구단으로 부터 보장받은 것이 있나.
▲심:구단에서 3년동안 연봉 동결을 제의했지만 아직 연봉은 합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실패에 대한 책임이나 불이익은 모두 제 몫이 아닙니까.
▲하:그동안의 타자 생활이 피칭에 큰 도움을 줄텐데.
▲심:수싸움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타석에 서봤기 때문에 상황에 따른 타자의 심리나 노림수를 짐작할 수 있거든요.
▲하:투수로 돌아섰으니까 말인데, 타자를 할때 가장 까다로웠던 투수가 누구였지.
▲심:해태 김정수 선배님입니다. 왼손투수인데다 사이드암에 가까운 폼이라 마치 공이 머리쪽으로 날아오는 착각을 할 정도였습니다. 다른 왼손타자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하:재학이가 바라는 투수 스타일은 어떤 건지.
▲심:제가 타자일때는 시속 150㎞의 강속구를 꽂아대는 투수보다 코너 워크가 뛰어난 투수 공이 더 치기 어려웠습니다. 공이 빠르면 좋겠지만 그보다 컨트롤이 좋은 투수가 되는게 목표입니다.
▲하:구속은 어느 정도까지 자신있나.
▲심:주위에서는 145㎞라는 말도 나오지만 저는 140㎞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하:투수가 힘들어 지면 타자에 대한 미련이 생길텐데.
▲심:유니폼을 벗을@때까지 다시 타석에 선다는 생각은 버렸습니다.
▲하:그런 마음가짐이 중요하지. 마지막으로 투수 변신에 대한 각오를 한마디한다면.
▲심:당장 몇승 투수가 되겠다고 말씀 드리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심재학도 괜찮은 투수다'라는 말이 나오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리＝전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