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양준혁] 첫 양대리그 왼손지존 경쟁
기사입력 1999년 01월 18일 14시 02분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됐다.
양준혁(30)과 이승엽(23).
작년까지 삼성이라는 한 배를 타고 `밀월관계'를 유지했던 국내 최고의 좌완 거포들이다.
3,4번으로 나란히 포진, 작년시즌 무려 191타점과 65홈런을 합작하며 상대투수들을 떨게 한 공포의 듀오.
하지만 양준혁이 해태로 트레이드되면서 4년간의 `동거생활'은 마침표를 찍게 됐다.
이제 각각 영호남을 대표하는 양대리그의 간판으로 정면승부를 펼치는 일만 남았다.
사실 이승엽은 양준혁이라는 `핵우산'속에서 보호를 받으며 컸다.
투수들은 4번에 버틴 양준혁을 의식, 3번 이승엽과는 정면승부를 걸 수 밖에 없었다.
이승엽은 상대투수가 입안에 넣어주는 열매를 받아먹기만 하면 됐다.
작년 8월 3번에서 4번으로 타순이 바뀌자 급격히 슬럼프에 빠진 사례가 양준혁에 대한 의존도를 증명해 준다.
97∼98시즌에서 2년연속 30홈런－100타점을 올린 것도 절반은 양준혁의 덕.
양준혁이 트레이드되자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준 선배였는데 헤어지게 돼 아쉽다"며 삼성에서 가장 섭섭함을 많이 표시한 선수도 바로 이승엽이었다.
양준혁은 "이제 멋진 승부를 한번 펼쳐보자"며 `선의의 경쟁'을 다짐하고 있다.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국내 최고 왼손타자의 우열을 가리게 됐다며 오히려 `홀로서기'를 반기는 눈치다.
그동안 양준혁에게 은근한 라이벌 의식이 있었던 게 사실.
프로 6년동안 한번도 차지하지 못한 홈런왕과 페넌트레이스 MVP를 이승엽이 휩쓰는 것을 보며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껴왔다.
변변한 왼손타자가 없는 해태야말로 자신의 `상품가치'를 인정받을 최고의 팀이라며 의욕이 대단하다.
양준혁과 이승엽.
팬들은 최고와 최고가 맞붙게 될 99시즌 개막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김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