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학가에 사랑 수놓는 자수 열풍 확산
기사입력 1999년 01월 18일 14시 02분
시간많고 여유있는 안방마님들의 전유물이었던 자수가 최근 미혼여성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여대생들이 많이 다니는 대학가 수예점은 한낮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거린다.
서울 신촌의 자수점 아트빌리지의 박현주씨(35)는 "여대생 고객이 하루 평균 70∼80명에 이른다"면서 "자동차 실내에서 사용하는 쿠숀 등 소품은 재료를 들여놓기가 무섭게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여대생들 사이에서 자수열풍이 부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병풍이나 꽃, 난 등 화초류 무늬가 전부였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모양이란 모양은 다 있고, 종류도 일상생활에서 쓸 수 있는 열쇠고리, 커튼, 베개, 침대커버 등 다양하다.
장식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갖춘 팬시자수인 셈이다.
게다가 손재주가 없어도 30분이면 제작방법을 익힐 수 있다.
이마저도 재료를 사면 그 수예점에서 공짜로 가르쳐주기 때문.
기술을 처음 익힌 뒤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열쇠고리 팔찌 쿠숀 등 간단한 소품은 이틀이면 너끈하다.
팬시자수의 종류는 대략 다섯가지.
열십자(十)로 엮어내는 십자수, 입체감이 있는 크루얼 스티치, 실크리본을 이용하는 리본자수, 플라스틱 캔버스 위에 수를 놓는 니들 포인트, 여럿이 함께 만들 수 있는 펠트워크 등이 그것이다.
가격은 천차만별.
팔찌나 책갈피 등 소품이 6천∼9천원, 배낭이 약 2만원, 부피가 큰 침대커버가 9만원선이다.
미혼여성들이 자수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또 있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는 기성품에서 느낄 수 없는 손때가 묻어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이미연양(20)은 "남자친구 생일에 `I LOVE YOU'라고 쓴 곰돌이 자수를 선물했더니 너무 좋아했다"면서 "이 선물을 준 뒤 애정이 더 쌓인 것 같다"고 살짝 귀뜸했다.
정성과 끈기가 없으면 `졸작'이 나오는 탓에 화가가 백지에 그림을 그려넣는 것처럼 한올한올 자수를 놓는 순간 만큼은 잡념이 들지 않는다는 것.
이들이 만든 자수는 그래서 애인이나 부모님 등 가장 아끼는 사람에게 건네지고 있다.
박현주씨는 "인스턴트 문화에서 느낄 수 없는 인정(人情)이 있기 때문에 여대생들이 자수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