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마르케스 장편 '납치 일기' - 마약범죄 보고서
기사입력 1999년 01월 17일 15시 22분
세계 3대 마약밀매국의 하나인 콜롬비아. 법무부장관, 대통령 후보가 마약조직에 의해 공개적으로 살해되는 나라. 미국 코카인 시장의 80%를 장악한 세계 최대 마약조직의 본거지가 있다.
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72)가 비극적인 조국 현실을 소설로 고발했다. 최근 국내 번역, 출간된 `납치일기'(민음사．전2권). 90년 8월부터 91년 6월까지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일어났던 납치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사건전개와 등장인물이 모두 실제상황과 같다. 193일간의 숨막히는 납치극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선과 악, 정의와 불의가 뒤섞인 상황을 재현한다. 신격화되기까지 한 메데인 우두머리 에스코바르와 외톨이가 된 대통령을 대치시킴으로써 이 비극이 누구의 책임인지를 묻는다.
콜롬비아의 범죄와 부패에 대한 보고서이자 고발장이다.
사건은 90년 8월 어느 날 저녁에 시작된다. 영화진흥원 포시네 원장인 마루하 파촌 등 10여 명의 지도급 인사들이 에스코바르에 의해 차례로 납치된다.
마약사범을 미국에 인도하는 국외인도법이 추진되는 것에 제동을 걸기 위한 무차별 테러의 하나로 납치극을 벌인 것이다.
소설은 인질들의 석방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부와 마약집단의 움직임을 그린다. 하루 20여 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나흘에 한번 꼴로 대량학살이 벌어지고, 한 달에 500여 명의 경찰관이 목숨을 잃는 조국 현실에 대한 마르케스의 절망과 분노를 담고 있다.
`납치일기'는 문학적인 면에서도 주목을 받는 작품이다. 마르케스 문학세계를 상징하던 `환상적 리얼리즘'에서 벗어나 `사실적 리얼리즘'이라는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다. 사실과 자료를 바탕으로 르포형식의 작품을 처음 선보인 것이다.
스스로 `49년에 걸친 작가 생활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라고 밝힌 역작이지만, 97년 두 번째 망명에 오르는 필화를 남기기도 한 소설이다. 현재 멕시코에 거주하고 있다.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국내에 널리 알려진 마르케스는 `콜롬비아의 솔제니친'으로도 불린다.
[임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