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눈 (1)
기사입력 1999년 01월 17일 15시 22분
그는 시력이 아주 나빴다.
`눈뜬 장님'이라는 말은 꼭 그를 위해 만들어진 말인 것 같았다. 마이너스의 한계를 벗어난 지도 이미 오래전 일이었다.
원래부터 그의 눈이 그렇게 나빴던 것은 아니었다. 그의 시력은 한때 2.0인 적도 있었다.
하지만 대학 다닐 때부터 악화되기 시작한 시력은 지금은 바로 눈앞에 있는 사물 정도밖에 분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나빠졌다.
그는 오늘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병원엘 갔다.
"제발 박사님, 제 눈좀… 고쳐주세요…"
"한가지 방법이 있긴 합니다만."
"그게 뭔데요?"
"그건 안구(眼球)이식입니다."
"안구 이식이요???"
"예. 다른 사람의 눈을 호진씨에게 이식시키는 거죠. 근데… 그것이, 눈을 기증하는 사람이 그리 흔한 일이 아니라서…"
병원을 빠져나오는 그는 한가닥 희망이 생긴 것이 너무나도 기뻤다.
비록 이뤄지기 힘든 희망이었지만, 그래도 희망은 희망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조금 넘게 지났을 무렵 병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거기 김호진씨 댁이죠?"
"예. 맞습니다만."
"아, 여기 XX병원입니다. 기쁜 소식을 알려드리려고…"
"예??? 설마… 제가 그토록 원하던… 안구 기증자가 나왔나요…???"
"예. 맞습니다. 내일 오전에 병원에 들러주세요. 일단 몇가지 검사를 하고 안구 이식이 가능한가 확인해야 하니까요."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검사 결과 안구 이식이 가능하다는 판정이 나오자, 수술날짜는 최대한 빠른 시간으로 잡았다.
그의 뛰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마침내 그는 수술대 위에 누웠다. 마취제 성분이 몸 곳곳으로 스며드는 기분이 느껴졌다. 끝없는 수면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어때요? 보이세요?"
"… …"
"잘 보이시죠? 어때요? 새 시력을 찾은 것이?"
너무나 선명했다. 모든 것이 시야에 쏙 들어왔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모든 것이 새롭게 보였다. 산과 들판 하늘과 바다… 거리의 수많은 사람들… 그에겐 모든 게 새로웠다.
그는 행복했다. 볼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 큰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었는지 그는 예전엔 알 수 없었다. 정말 행복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 행복을 알 수 없는 무엇인가에게 빼앗기고 있었다. 정말 이상한 일들이 그때부터 일어났던 것이었다.[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