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세상] 그늘진 동심 밝게하는 만화가들
기사입력 1999년 01월 17일 15시 22분
순정 만화가 원수연씨(37．여)는 지난달 27일 서울 무악재에 있는 고아원 `송죽원'에 이정애 이 빈 전세훈 하시현씨 등 `젊은 만화작가 모임'의 동료 10여명과 함께 찾아갔다.
목도리, 다이어리, 과일과 각자의 작품을 한아름 싸가지고.
그곳엔 유아에서 고등학생까지 여자아이만 57명이 있었다.
"선생님의 작품 `풀하우스'는 다 봤어요."
초등학교 5학년쯤 되는 아이가 씩씩하게 말했다.
그리고 난 뒤 "주인공 라이더는 어떻게 되냐" "언제 끝나냐"며 다그쳐 물어왔다.
아이들에게 만화 캐릭터와 사인를 해주고 있던 원씨 일행은 손을 멈추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주인공이 너무 멋져요. 마지막은 꼭 행복하게 끝내줘야 돼요."
그들의 소망은 만화속에 있는 듯 했다.
그래서 원씨는 아이들에게 "세상을 아름답게 보세요. 만화는 손이 아니라 가슴으로 그리는 것"이라며 낯설은 강의도 해봤다.
"만화에는 `왕따'도 없고 원하는 모든 것이 이뤄지는 우리들의 유토피아죠."
커서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여중 1년생 은정이의 말이다.
"이곳에 있는 원생들은 대부분이 부모가 버린 아이들 입니다. 원생 모두를 친언니, 동생으로 결연을 맺어주고 있지만 그래도 모자라는 부분이 많지요."
송죽원의 한 선생님이 던진 말은 원씨의 가슴에 깊이 박혔다.
그날 이후 원씨는 만화를 그리는 손이 쉽게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이기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