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특급호텔들 '세기말 하룻밤' 가격에 고민
기사입력 1999년 01월 17일 15시 22분
1999년 12월 31일.
이날 밤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호텔들이 이 답을 놓고 고민에 빠져있다.
17일 서울의 주요 특급호텔 관계자들에 따르면,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넘어가는 이날 밤을 호텔에서 묵겠다는 예약이 쇄도하고 있지만 막상 숙박비를 결정하지 못해 접수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호텔측은 이 역사적인 순간을 이용해 잠자리, 먹거리, 볼거리를 한데 묶은 이른바 `밀레니엄 패키지'를 만들어 팔려는 속셈인데 과연 얼마짜리로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것.
너무 비싸게 잡았다가는 고객들로부터 욕을 들을 수 있고, 너무 싸게 내놨다가는 결정적 찬스를 놓칠 수 있기 때문.
게다가 최근 일본의 리츠칼튼호텔 오사카는 12월31일부터 2박3일간 요리장의 객실 출장서비스와 고급승용차 대여, 1년간 초콜릿 선물 등 각종 특별서비스를 추가한 밀리니엄 패키지를 1천200만엔(1억2천만원)에 내놓았다.
그러나 서울의 특급호텔들은 다소 사정이 다르다. IMF 현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
현재 서울 신라호텔은 1박에 50만원을 호가하는 패키지 상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침실 제공 이외에 미국 워너 브라더스사가 독점 제공하는 밀레니엄 영화를 곁들인 초호화판 디너쇼를 서비스한다는 것.
또 제주 신라호텔은 항공권, 일출 관광권, 숙식권을 묶은 1박에 100만원 짜리 밀레니엄 패키지를 구상중이라고 한다.
이밖에 서울 르네상스 호텔은 1박에 30만원짜리 패키지를 기획하고 있으나 다른 호텔의 동향에 따라 가격을 조정할 예정.
또 리츠칼튼을 비롯, 다른 체인 호텔들도 경쟁 호텔과 비슷한 선에서 패키지 가격을 결정하려고 눈치보기에 바쁘다.
호텔 관계자들은 밀레니엄 패키지 가격이 여느 패키지보다 서너배 이상 비싸더라도 충분히 매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10년, 100년도 아니고 1000년에 한번 오는 날이니 만큼 이날 밤을 집이 아닌 호텔에서 보내겠다는 잠재 고객이 무궁무진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계산인 것이다.
한 호텔관계자는 "금세기 전무후무한 특수가 될 것이니만큼 섣뿔리 가격을 정할 수 없는 것이 호텔들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