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김현욱의 밉지않은 거짓말
기사입력 1999년 01월 15일 14시 25분
삼성 김현욱(29)은 지난 11일 아버지 김계용씨(58)에게 막심한 불효를 저질렀다.
부모를 속인 죄가 작지 않건만 김현욱은 새빨간 거짓말로 아버지를 속였다.
11일은 김현욱이 삼성으로 이적해 첫번째 연봉협상을 벌인 날.
삼성은 작년보다 29% 오른 9천만원을 제시했고, 김현욱도 `그 정도면 됐다'싶어 흔쾌히 도장을 찍었다.
자리를 뜨려는 순간 문뜩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버지 김씨는 김현욱의 둘도 없는 팬이자 열성적인 후원자.
부모의 한결같은 마음으로 김씨는 아들이 어려웠던 쌍방울 시절보다 많은 연봉을 받기를 원했고, 아들에게 강경하게 연봉 협상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내심 자신의 아들도 `억대 연봉자' 소리를 들어봤으면 하는게 김씨의 바람.
구단 제시액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아래 단번에 도장을 찍은 김현욱이지만 아버지의 `작은 소망'을 저버리기에 마음 한편이 걸렸다.
그래서 낸 꾀가 `발표를 미루는 것.'
삼성은 부탁을 받아들여 발표를 미뤘고, 집에 돌아간 김현욱은 "협상이 결렬됐다"고 아버지에게 거짓 보고를 했다.
그리고는 14일.
김현욱은 아버지에게 두번째 거짓말을 했다.
"아무리 버텨도 안돼서 그냥 도장을 찍었다"고.
부자 구단에 왔으니까 일단 많이 불러놓고 보자는 식으로 철없이 연봉 협상에 나서는 선수들이 골치를 썩이는 마당에 삼성으로선 `불효자(?)' 김현욱이 그저 예뻐보이기만 했다.
[함용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