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AG경험담, '방콕금메달보다 값진 추억'
기사입력 1999년 01월 15일 01시 33분
"동료, 후배들과 지내며 이야기하고 보고 듣고 배운 것들은 금메달 이상의 값진 경험이었다."
박찬호(26·LA다저스)가 14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훈련을 끝내고 아시안 게임의 소중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지난 93년 미국 버팔로의 유니버시아드 대회이후 5년만에 태극 마크를 달고 지낸 한달간 `코리아 특급' 박찬호가 느낀 점들을 들어본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다시 입고 보낸 한달간은 너무 좋았다.
내가 미국에서 계속 생활하고 많이 변했기 때문에 `왕따(이번에 귀국해 배운 단어)'가 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도 했지만 동료, 후배들과 어울리다보니 `아! 역시 나는 한국인'이라는 진한 느낌을 받았다.
한국 프로선수들과는 첫 호흡이었는데 기술이나 기량면에서 우리 선수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났다.
다만 자신을 관리하는 방식 등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특히 투수들이 등판하고 나서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관리법에 큰 차이가 있었다.
투수들의 경우 등판한 다음날이면 수면으로 피로를 해결하려는 것을 봤는데, 잠을 푹 자면 피로 회복은 될지 모르지만 근육은 준비가 안된다.
정신적 피로를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몸도 준비해야 하므로 등판 다음날이면 러닝과 준비훈련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일단 몸을 쓰고 쉬는 것 보다, 꾸준한 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고 공을 던진후 다시 다음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준비훈련과 더불어 체력과 몸 준비, 리듬을 잃지 않는데 러닝은 필수다.
또 한가지 한국 투수들은 여러가지 구질을 던지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짧게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재능이 분산되고 수명이 짧아질 우려가 있다.
빠른 공이 있다면 다른 것들을 과감히 버리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투수이기 때문에 타자에 대해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기량이나 기술보다는 파워에서 차이가 크게 난다.
초구에 홈런을 때리는 것과 투스라이크 이후에 긴장되고 굳은 상태에서 홈런을 터뜨리는 차이인데 그것이 바로 힘의 격차다.
이 역시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극복할수 있다고 본다.
박재홍이나 다른 뛰어난 타자들을 살펴보면 꾸준한 훈련으로 근육이 역시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프로 선수들은 미국 타자들에 비해 연습스윙을 많이 하는 것을 봤는데 그 시간에 근육을 키우는 것이 어떨까.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도 계속 스윙을 하는데 그러면 호흡이 가빠지고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도 좀 더 많은 선수들이 미국 야구를 배우고,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때 함께 생활하며 서로 배울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선수들과 직접 이야기한게 도움이 많이 됐고, 또 선수들이 고교후배들에게 경험과 기술을 다시 전할수 있을 것이다.
너무 값진 기회를 주신 야구 관계자들과 선후배, 동료들에게 감사드린다.
[ LA＝민훈기 특파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