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림] 전세계 호러마니아 열광시킨 영화
기사입력 1999년 01월 14일 15시 07분
96년 12월 미국에서 개봉된 이후 전세계의 영화팬, 특히 호러마니아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스크림(Scream)'이 드디어 국내관객과 만난다.(16일 피카디리극장)
`스크림'에 대한 소문은 이미 국내에서도 영화전문지나 인터넷 등을 통해 상당히 알려졌으나 10대들의 잔혹한 살인행각을 다뤘다는 이유로 번번히 수입심의가 반려돼 2년여 동안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어렵사리 공연예술진흥협의회의 심의를 통과한 게 지난해 말. 비로소 `스크림'은 무성한 소문의 진위를 밝힐 수 있게 됐다.
그렇게해서 열린 `스크림'의 시사회. 반응은 한마디로 "죽인다"였다. 까다롭기 짝이 없는 비평가들도 "장르영화의 공식을 이처럼 교묘하게 이용할 수 있다니"라며 웨스 크레이븐 감독과 시나리오작가 케빈 윌리암슨을 `천재'라고 추켜세우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할리우드의 B급 호러무비를 16편이나 찍어낸 웨스 크레이븐은 능수능란한 솜씨로 관객과의 `게임'을 풀어나간다.
남자친구와 공포영화나 같이 보기 위해 팝콘을 튀기고 있던 케이시(드류 배리모어)는 이상한 전화를 받는다. 퀴즈를 맞추지 못하면 남자친구와 함께 죽음을 당할 거라는.
유령마스크를 쓴 살인마는 당연히 두 남녀를 잔인하게 살해한다. `스크림'의 서곡이다.
마을사람들은 1년전 끔찍했던 강간살인사건을 떠올리며 또다시 긴장한다. 취재진이 몰려들고,학교는 연일 살인마에 관한 이야기로 술렁거린다. 특히 1년전 엄마의 끔찍한 죽음을 잊지 못하는 시드니(니브 캠벨)는 몸서리를 친다.
게다가 시드니는 케이시를 죽인 살인마로부터 비슷한 내용의 전화를 받는다. "내가 누군지 묻지 말고 내가 어디 있는지를 물어야지"
집안에 침입한 살인마를 피해 방으로 들어와 문을 잠근 시드니. 이때 남자친구 빌리(스킷 울리히)가 창문을 넘어 들어온다. 위기를 모면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빌리의 주머니에서 떨어지는 핸드폰.
빌리는 경찰에 연행되고, 일순 연쇄살인사건이 해결된 듯 보인다. 웨스 크레이븐과 케빈 윌리암슨은 이때부터 솜씨를 발휘한다. 집으로 돌아온 시드니에게 또다시 걸려오는 괴전화. 그렇다면 경찰서에 있는 빌리는?
빌리의 혐의가 벗겨지면서 등장인물 모두가 용의선상에 오른다. 출장을 떠난 시드니의 아버지를 비롯해 여전히 의심스러운 빌리, 공포영화라면 줄줄 꿰고 있는 친구, 시드니를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하는 금발친구 등.
웨스 크레이븐은 영화 속에서 자신의 영화 `나이트 메어'를 비롯해 수많은 호러무비들을 조롱하는 여유를 보인다. 호러무비에서는 `가슴 큰 금발'이 죽는다는 규칙을 시드니 친구 테이텀(로즈 맥거완)을 통해 보여주는가 하면 호러무비에서 살아남으려면 섹스하지 말 것, 술마시지 말 것, 절대로 "금방 돌아올게"라는 말을 하지 말 것 등의 규칙이 있다면서 금세 이를 비웃듯 뒤집기도 한다.
마지막까지 관객은 웨스 크레이븐의 `게임'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잔인한 살인으로 피가 화면에 낭자하면서도 기발한 유머로 곳곳에서 폭소를 자아내는 것 또한 웨스 크레이븐의 `관객조롱'이다.
[이창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