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할리우드에 한국인 2세 영화 조감독 화제
기사입력 1999년 01월 14일 15시 07분
LA 인근 컬버시티의 컬버스튜디오.
영화 `타운 엔드 컨트리'의 촬영이 한창인 가운데 워렌 비티와 이야기를 주고 받는 자그마한 동양 여성이 눈길을 끈다.
말을 마치자 분주하게 스튜디오밖의 트레일러로 발길을 옮겨 골디 혼과 다이앤 키튼에게 무엇인가 열심히 설명을 하더니 나스타샤 킨스키와는 농담을 주고 받으며 분위기를 돋운다.
할리우드에 뛰어든지 7년째인 이종현씨(32)는 `잭키'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한 인기있는 조감독이다.
최근에만 `리설 웨폰4'와 `페이백'에 이어 `타운 엔드 컨트리'까지 쉴새 없이 뛰고 있는 이씨는 배우들과 부드러운 관계를 유지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조감독으로 정평이 났다.
영화를 찍으면 세명의 조감독이 필요한데 이씨는 배우, 분장사, 의상 전문가들을 담당하는 조감독이다.
새벽에 스튜디오나 촬영장으로 나가면 주연급 배우들의 트레일러를 돌면서 그날의 일정과 필요 사항 등을 설명하고, 촬영에 돌입하면 장면 설명과 클로즈업인지, 매스터신인지도 일일이 알려준다.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인간 관계가 이씨의 담당인 셈이다.
1966년 미국 테네시주 녹스빌에서 유학생이던 아버지 이응범씨와 어머니 이영규씨 사이에 1남1녀중 장녀로 태어난 이씨는 명문 버클리 대학을 졸업했다.
영문학도로 주위에서 법대를 권유할 정도로 우수한 학생이던 그녀는 자신이 책상물림이 아니라고 판단, 할리우드로 뛰어들었다.
고용해주기만 해도 행운이라는 프로덕션 어스턴트로 월급도 없이 1년여를 뛰어다닌 그녀는 5년전 미국감독협회에서 주최하는 조감독 시험에 응시했다.
매년 2천명 이상이 응시, 15명 남짓 뽑는 이 시험에 당당히 합격한 이씨는 2년간의 혹독한 인턴 기간, TV와 영화계를 돌며 수련한 후 2년반째 조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하루 12∼14시간씩의 강행군이 몇개월씩 이어지는 영화판이지만 활발하고 사교적인 성격의 그녀는 스튜디오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윤활유 같은 인물.
영화에 빠져 아직 결혼도 않했지만 유명 스타들을 접하면서 가정의 중요함을 더욱 절실히 느낀다는 이씨는 때가 되면 인연이 닿는 사람이 나설 것이라고 느긋하다.
앞으로 2-3년은 더 영화계에서 활동한 뒤 취미인 흑백 사진 찍기와 가정을 찾겠다는 그녀는 오늘도 스튜디오를 뛰어다니며 바쁘기만 하다.
[LA＝민훈기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