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삼성 이용호 과장 극성 여고생팬 경계
기사입력 1999년 01월 14일 14시 26분
"아니 이녀석들이 또."
삼성화재 배구단의 살림살이를 맡고 있는 이용호 과장(36)은 밤늦게 창너머로 들려오는 노래소리에 소름이 쫙쫙 돋는다.
"한번 만나 줘요, 울랄랄라♬."
이들은 다름아닌 삼성화재 선수들을 찾아온 극성 여고생 팬들.
영하 10도가 넘는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밤늦게까지 경주 코오롱 호텔 숙소앞에서 진을 치고 신진식 김세진 등 선수들이 나오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선수들은 요지부동.
다음날 경기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 신치용 감독이 금족령을 내린 것은 물론 외부와의 전화를 모두 차단했기 때문.
또한 코칭스태프와 구단 프런트, 주무가 승강기와 비상계단 바로 앞방을 모두 차지하고 불의의 침입자에 대비를 한다.
그러나 10대들에게 불가능은 없다.
호텔 투숙객인 것처럼 가장하고 들어와서는 온 방에 노크를 하며 "∼오빠를 내놓으라"고 소리치기 일쑤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100m 육상선수 출신인 이용호 과장이 출동, 준족을 앞세워 한밤의 `훌리건'들 진화에 나선단다.
이젠 하도 이런 일이 많이 발생해 아예 조깅화를 신고 잠이 들때도 있다고 하니 고역도 보통 고역이 아니다.
이과장은 "갈수록 침투방법이 교묘해지고 있다"며 "대신 사인을 받아줘도 직접 얼굴을 봐야 한다며 생글생글 웃는 아이들이 정말 두렵다"고 `당돌 10대'의 과감함에 두손을 든다.
[전용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