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씨] 일본 전국 초밥 기술대회 첫 외국인 출전
기사입력 1999년 01월 14일 14시 26분
`초밥왕'이라는 일본만화가 있다. 스무권이 넘는 `대하소설' 분량인데도 웬만한 일본인들은 거의 다 봤을 정도로 인기다. 초밥에 대한 그네들의 애정이 각별하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토끼해 벽두, 일본 초밥왕 자리를 넘보겠다고 나선 한국인 젊은이가 있다.
서울 시청 앞 래디슨 프라자 호텔 일식당 `고도부키'의 이상수씨(32．고양시 행정동).
97년 가을 `전국 일식요리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한 이씨는 올 2월 도쿄에서 열리는 `제6회 일본 전국 초밥 기술대회'에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출전한다.
4년만에 열리기에 `초밥올림픽'으로도 불리는 이 대회에는 지난해 지역 예선을 통과한 100여명의 요리사들이 `초밥왕' 타이틀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인다.
이씨는 지난 10월말 도쿄 예선에 출전, 본선 진출권을 땄다. 본시 외국인은 출전할 수 없으나 팩스와 전화를 동원, "기회를 달라"고 생떼를 써 출전할 수 있었다고.
이씨는 요즘 막바지 훈련에 여념이 없다. 길이 70㎝ 남짓한 도마에서 25분 내에 생선초밥과 김초밥 5인분씩을 빚은 뒤 장식을 곁들여 접시에 담아내는 연습을 반복하고 있다.
"자유종목은 없고 규정종목만 있어요. 연습을 많이 해야 손에 익숙해지죠."
심사기준에는 `일본적'인 구석이 많은 편.
우선 완성품만 보는 게 아니라 사전에 준비하는 것에서부터 뒤처리하는 것까지 죄다 점수에 반영한다고. 맛 보다 장식이 중요하다는 것도 우리네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부분. 도마가 작다는 것도 자못 그네답다.
이씨는 올해로 경력 13년차. 90년 북창동의 한 일식집에서 근무하던 중 현 `고도부키' 주방장 김영근씨(47)의 눈에 들어 이 호텔로 옮겼다.
하루에 만드는 초밥은 평균 500알. 연회가 많은 날은 1천알 이상 빚을 때도 많다.
똑딱 서너번하는 동안 손에 밥알을 담아 생선 회를 얹는 과정이 끝나는 셈.
이씨는 그러나 이 짧은 시간에 손 안에 든 밥알들을 십여바퀴 이상 돌린다. 시멘트를 굳히지 않기 위해 레미콘을 돌리는 것과 같은 원리라는 설명이다.
초밥 종류는 참치, 광어, 연어, 새우, 갑오징어, 전어, 성게알 등 30여가지. 최고급은 참치로 뱃살은 한알에 만원을 육박한단다.
이씨는 또 한국과 일본인 손님의 초밥 먹는 스타일이 좀 다르다고 말한다.
"일본인은 초밥이 좀 크되 생선과 밥의 비율이 6대 4 정도가 되길 바랍니다. 반면 한국인은 초밥이 좀 작되 생선이 많기를 바라지요."
초밥 1인분은 8알. 일본인은 정량만 먹는데 비해 한국인은 한자리서 2∼3인분을 뚝딱 해치운다는 것도 차이점이라고 한다.
[정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