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추억의 '연탄 난로' 구이파티 한창
기사입력 1999년 01월 14일 14시 26분
계절학기 수업이 한창인 대학 강의실에서 추억의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다.
쉬는 시간에 벌어지는 `구이파티'가 그것이다.
고려대 교양관 등 연탄난로로 겨울을 나는 몇몇 강의실에서 학생들이 쥐포나 오징어를 구워먹으며 개구쟁이 시절 선생님의 눈을 피해 고구마 따위를 구워먹던 추억을 되새기곤 하는 것이다.
첨단 난방기기가 일반화된 요즘이기에 연탄난로는 더더욱 재미난 풍경으로 다가온다.
학생들에게 사랑받는 최고의 품목은 쥐포.
이따금씩 오징어나 대구포와 같은 사치스런 먹거리가 등장하기도 한다.
처음엔 몇몇 친구들끼리 생각날 때마다 `가위 바위 보'나 `사다리타기'로 심부름꾼을 정해 쥐포를 조달하더니 요새는 아예 등교하면서 학교앞 슈퍼마켓부터 찾는다.
구이파티를 작정하고 등교하는 것이다.
고려대 경영학과 이영종군(1년)은 "주머니도 마음도 모두 추운 시절이라 그런지 옛날 것이 그립고 포근하게 느껴진다"면서 "쥐포구이는 맛도 맛이지만 어린시절의 재미난 기억을 떠올리게 해줘 참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이 있으면 음도 있는 법.
강의실 구이파티가 언제나 화기애애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수업에 방해가 된다며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학생도 있기 때문이다.
가만히 둬도 냄새가 강한 어물을 굽기까지 했으니 그 냄새가 오죽할까.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면 좀 낫겠지만 계절이 계절인 만큼 쉽지 않다.
결국 쥐포냄새를 맡아가며 수업할 수 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엉뚱하게도 외국인 강사들이 고생이다.
쥐포를 먹어보기는 커녕 냄새를 맡아본 적도 거의 없는 그들이 강의실에 불쑥 들어왔다가 코를 쥐고 고통스런 표정을 짓곤 하는 것이다.
때문에 수업시작 전부터 한바탕 폭소가 터진다.
게다가 외국인 강사가 "이게 무슨 냄새냐"고 물었을 때 학생들이 `쥐포'를 영어로 설명하느라 쩔쩔매는 모습 때문에 강의실은 또 한 번 웃음바다가 된다.
도심에서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퇴물 연탄난로.
고려대 교양관 등 몇몇 강의실에서는 오히려 명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이규웅 명예기자(고려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