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잊혀진…] '서양과 동양' 신비로운 만남
기사입력 1999년 01월 14일 14시 26분
서울예술단이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신년뮤지컬로 선보인 `바리_잊혀진 자장가'(김정숙 극본, 김효경 연출).
국내 내로라하는 스태프진과 연기진이 출연, 공연전부터 화제를 모은 대형뮤지컬로, 우리의 전통설화인 `바리데기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게 특징이다.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해외입양 고아 바리 보우만이 마별사의 안내로 전생으로 여행을 떠나 자신의 행복과 사랑을 포기하고 부모를 구한 뒤 현세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버려진 자가 세상을 구원한다는 화두를 극의 주제로 삼고, 고전 신화속의 이야기를 패러디하여 현대인의 삶의 기준과 가치를 투영시킨 게 제작의도다.
서울예술단 공연 사상 적극적인 홍보와 마케팅으로 많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대사없이 오페레타 형식으로 진행되는 극형식의 시도도 신선했고, 음악적으로 서양악기와 우리악기를 접목시킨 의도도 좋았다. 반면, 음악이 주제를 전체적으로 감싸면서 이 작품만의 색깔을 만들어내기에는 악기편성과 곡의 배치 등에 아쉬움이 남는다.
각 장면과 등장인물에 따른 음악의 특징과 선율을 정비하고, 솔로, 듀엣 합창곡의 안배를 전략적으로 재구성한다면 특색있는 멜로디와 선율을 만들어낼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선희－이학순의 입체적인 무대미술, 변창순의 고풍스런 의상, 안애순의 안무는 독창성이 빛나 보였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동양적인 우주관과 전통미를 인상깊게 보여주었다.
한편 일부 장면은 전략적인 수정이 필요해 보였다. 바리가 생명수를 찾아 서천꽃밭으로 가는 장면은 30분이나 됐다. 바리의 아버지인 오구대왕이 죽음을 기다리는 신을 오버랩시켜 봄직했다.
그래야만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주는 다양한 보고, 듣고, 느낄거리가 `감동와 앙상블'이라는 완성도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는 정상급의 가창력을 선보였다. 바리역의 이선희와 임선애, 마별사역의 유인촌과 박철호, 무장승역의 유희성 유열은 빼어난 가창력으로 관객들을 극 속으로 끌어들였다.
24일까지. 화∼금 오후 7시 30분. 토 오후 4시, 7시30분. 일 오후 3시,6시30분. (02)523－0987
[박용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