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KBO 총재 권한은 어디까지인가
기사입력 1999년 01월 14일 01시 54분
총재의 권한은 어디까지 일까.
KBO 박용오총재가 13일 직권으로 강 혁의 해금과 두산행을 결정하자 LG를 비롯한 각 구단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관이나 규약의 제정과 변경을 심의할 권한을 갖고 있는 사장들의 의견을 묵살한 채 일방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처리했다는 것.
8개구단 사장들은 지난 12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조찬모임을 갖고 영구실격된 강 혁 문제는 규약을 보완한뒤 진로를 결정짓자는데 뜻을 모아 최영언사무총장에게 정식 이사회의 안건으로 상정해 줄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하루만에 박총재는 "이사회에서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강 혁의 영구실격 해제, 두산 복귀, 전반기 출전정지'란 결정을 내렸다.
이의를 제기하는 구단들이 원칙적으로 강 혁의 영구실격 해제에 동의한다면서도 규약해석의 문제점을 들어 자꾸 딴죽을 거는 것은 다른 뜻이 담겨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규약 보완을 위한 이사회와 총회를 거치면서 시간을 끌어 올시즌 강 혁의 복귀를 막고 총재의 권위을 뒤흔들겠다는 의미로 파악한 것.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구단간의 갈등을 조정하면서 프로야구 활성화에 앞장서겠다"고 밝혔고, "강 혁 문제는 각 구단을 이해시키고 설득한뒤 원만하게 풀겠다"고 강조했던 박총재도 결국 "더이상 참을 수 없다"는 불쾌함을 내비추며 결단을 내렸다.
KBO 결정이 나오자 총재와 사장단이 힘겨루기를 하는 것이냐는 목소리와 `날치기 통과'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총재의 직무중 가장 중요한 것은 조정.
구단이나 구성원 사이의 분쟁이 일어나면 상황을 파악하고 조정해 야구 발전과 구단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정관에 명시돼 있다.
그래서 `강 혁 파동'을 처리하는 박용오총재의 직권 행사에 아쉬움이 남는다.
[ 이창호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