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스토커 (2)
기사입력 1999년 01월 13일 15시 14분
뭐 그런 식으로 변해갔대. 그것이 끝에 가선 어떻게 되었냐면….
"당신은 제 존재를 거부하시는군요. 후후. 정말 당신에게 실망했습니다. 제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모르시나보군요. 관심도 없으시겠지만….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저주합니다. 저를 사랑해 주십시요. 그냥, 사랑해주시면 됩니다. 언제고 어디서고 전 당신을 바라보고 있을 겁니다. 잊지마세요."
자네 같으면 이것이 정상적인 사람이 보낸 편지라고 생각할 수 있겠나?
또 가끔은 이런 내용의 편지도 있었어.
"당신은 검정색 속옷을 입었을 때가 더욱 아름답습니다. 빨간 색은 어울리지 않고 하얀색은 좀 어색합니다."
뭐, 이런 내용이야. 그녀는 이런 편지들을 읽고 누군가 자기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지.
그게 그녀를 괴롭히고 있던 거야.
그리고 또 어떤 사건들이 있었냐면?
가족이 모두 잠들었을 때 쯤 집안의 적막함을 무참히 찢어놓는 전화벨소리….
그녀 말로는 전화를 받으면 아무말도 하지 않았대. 그냥 목소리만 듣고 있다가 끊고….
그리고 조금 있다가 또 다시 전화를 하고 목소리만 듣고 끊고….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 매일 그런 전화가 오니까 전화벨 소리에 신경쇠약증까지 걸린 것이야. 나 같아도 그랬을 거야.
참！ 내가 이야기를 빼먹은 것이 있네?
그녀가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어.
누구냐면 우리 멤버중 한사람.
바로 '재중' 이었지.
하지만 재중은 그녀를 좋아하지 않았어.
글쎄. 처음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지. 나중에 아주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그녀에게 그런 일이 있고부터 우리들 사이는 조금씩 멀어지게 되었어.
정말 지금 생각해도 가슴아픈 일이었지.
그녀는 점점 더 힘들어 했고, 난 나대로 내 할 일을 하느라고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어.
재중이? 재중이는 모르겠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서 그 사랑을 이루려 무던히도 노력한다는 이야기는 얼핏 들은 것 같았지만.
그땐 잘 몰랐던 것 같아.
그녀는 그 '스토커'를 원망하기도 하고 또 미워하기도 하다가 나중엔 저주까지 하게 되었지.
그것은 그렇게 착하기만 하던 그녀에겐 정말 놀라울 만한 변화였어.
나 같아도 그랬을 것이야.
하지만 누군지를 알지 못하니 어쩔 도리가 없었지.
신고하면 안되었냐고?
후후. 자네가 잘 모르나 본데.
지금 우리나라 법이 어떤지 아나?
스토커가 그 사람한테 물리적인 피해를 입히지 않은 이상 그 사람을 법적으로 처리할 수 없다는 게 현실이야.
물론 그녀도 몇차례 시도는 해보았지만 언제나 허사였어. 그가 물리적으로 그녀에게 `행세'하지는 않았거든.
그녀는 점점 더 수척해 졌고 나중엔 정신도 이상하게 변해갔던 것 같아.
정말 '스토킹'이란 것이 그렇게 무서운지 새삼 깨닫게 되었지.
뭐? 그래서 범인은 끝내 누군지 알아내지 못했다고?
아냐. 끝내는 알아낼 수 있었지. 후후. 그땐 그것이 정말 놀라운 일이었어.
그런데 범인을 알아냈을 때 그 범인은 숨을 쉬지 않았어. 죽어 있었던 거지.
자네는 그 범인이 누군지 궁금하지 않나?
그 범인은 그녀와 같은 과에 다니는 '유리' 라는 여자였어.
놀랍나? 후후. 나도 그 당시엔 정말 놀랐어. 아니 놀랄 여유조차 없었던 것 같아.[계속]
글 남규진[컴퓨터딜러]
/하이텔 미즐모(미스터리를 즐기는 모임)/go sg8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