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K] 긴장과 공포로 관객 마취시킨다
기사입력 1999년 01월 13일 15시 13분
이름도 낯선 장르 `메디칼 미스테리'. 한국 최초의 메디칼 미스테리영화를 내세운 `닥터 K'(곽경택감독-프리시네마 제작)가 그 신비의 베일을 벗는다.(16일 피카디리극장 개봉)
신경외과병동이 주무대. 영화 전체의 80%가 포르말린 냄새 가득한 병원에서 펼쳐진다. 흰색 가운과 초록색 수술복. 형광빛 아래 걸려있는 X-레이 사진들. 숨가쁘게 뛰어다니는 발걸음과 초긴장 상태의 응급실.
첫장면부터 난해한 의학용어들이 난무한다. `NS'(신경외과)며 `OP'(수술), `코마'(의식불명상태) 등의 의학용어들이 자막으로 설명되면서 영화의 긴박감도 상승기류를 탄다.
주인공은 신경외과 레지던트 4년차 강지민(차인표). 일명 `닥터K'로 불리는 그는 피말리는 스케줄 속에서도 흐트러짐이 전혀 없는 외모와 에너지로 주위의 부러움과 질시를 한몸에 받는 인물.
도저히 살아날 수 없는 어린이들을 세명이나 살려내며 신비와 의문을 풍겨내는데, 대학시절부터 강지민을 사랑어린 시선으로 지켜봐온 마취과 레지던트 표지수(김혜수)만이 강지민을 감싼다.
강지민의 `신비의 의술'은 무당의 아들이기에 가능한 일종의 `신내림 치료'. 그러나 강지민이 환자를 한명씩 살려낼 때마다 강지민의 뇌속에는 그만한 크기의 종양이 생겨난다.
최악성 뇌종양환자 오새연(김하늘)은 강지민의 `비밀'을 우연히 목격하게 되고, 수술이 잘못되도 좋으니 직접 수술해달라던 평소의 바람을 꺾는다.
드디어 오새연의 수술실. 이미 심장박동이 멈춘 오새연. 강지민은 마지막 `기'를 다해 오새연의 머리에 손을 얹는다.
병원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도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하며 미스테리에 휴머니즘을 섞어낸 감독의 연출력과 쉽지 않은 캐릭터를 소화해낸 배우들의 호연이 잘 어우러졌다. 특히 최악성 뇌종양환자역의 김하늘은 영화전체에 힘을 불어넣는 `발군의 연기'로 올 연말 신인상은 `따놓은 당상'이다.
지난 10일 강원도의 보광 휘닉스파크에서의 시사회에서도 500명의 스키어들이 새벽1시까지 자리를 지키고 앉아 메디칼 미스테리의 재미를 한껏 즐겼다.
[이창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