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만씨] 가짜와의 전쟁 '골동품 포청천'
기사입력 1999년 01월 12일 14시 56분
"진짜와 가짜를 가리는 일이 그리 간단한 게 아닙니다.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잘못 볼 수 있는 게 바로 이 직업이지요."
KBS2 `TV 진품명품'(연출 정수나모) 프로그램에서 만 4년 동안 골동품을 보고 진위여부와 감정가격을 판정해온 진동만 감정위원(59)의 말이다.
서울 인사동에서 30년째 예림화랑을 운영하고 있는 진 위원은 4명의 감정위원들 가운데 자기의 전공인 서예품과 고서적 감정을 맡고 있다.
"30년째 화상(畵商)을 해오지만 TV에 나가서 진품과 모조품을 가릴 때는 언제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에요. 가끔 등에서 진땀이 날 때도 있고…."
자칫 실수를 저지르면 소장자의 재산을 날리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송녹화 전에 사진이나 실물을 먼저 보고 1차 감정을 한다.
대나무 그림이 그려진 6폭 병풍을 보고는 "석제(石齊) 서병오(徐丙五) 선생의 것을 흉내낸 가짜입니다"라고 하거나 "이것은 매화(梅花) 그림에 능한 매산(梅汕) 황영두(黃永斗) 선생 것이 맞습니다. 시세가격은 100만원 정도지요"라고 감정하는 식이다.
그가 맨먼저 진위여부를 가리는 기준은 낙관(落款).
"글씨나 그림에 작가가 자기의 이름이나 아호를 쓰고 도장을 찍는 게 낙관인데 여기서 1차 오류를 찾아낼 수 있어요. 물론 진품과 직접 대조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방법입니다만."
그 다음에 화풍이나 글씨체, 종이, 구도, 색채, 시대배경, 유행요소 등 종합적인 잣대를 총동원한다.
만 4년 동안 300여점의 그림과 글씨를 감정하면서 아직 `실수판정'을 한 적은 없다고 자부하지만 정작 자기의 것은 진위를 가리지못해 실수했던 적이 있다.
73년 청전(靑田) 이상범(李象範) 화백의 `설경(雪景)'을 70만원에 사들였다가 전문가들의 감정결과, `위조품'으로 판명되자 불살라버렸다.
"당시 70만원이면 지금돈으로 3천만원이 넘는 큰 액수였어요. 투자한 돈이 아까웠지만 가짜가 돌아다니지 않도록 아예 없애버린거죠."
TV 감정위원인 자기에게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는 것도 알고있단다.
"먹고살기 바쁜 IMF시대에 `한가롭게' 문화상품이나 다룬다는 게 그런 이유겠지요. 또 감정가격이 높아졌을 때 자칫 도굴꾼들의 범행을 부추기는 역기능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200년 이상 된 것은 취급하지 않는다.
그가 감정한 최고의 작품은 지난해 출품된 조선 영조때 영의정을 지낸 김재로(金在魯)의 영정으로 2억5천만원의 감정가를 냈고 최저가격은 4년전 세탁기에 탈색된 1천원짜리 지폐로 감정가는 1천원이었다.
[김동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