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MBC경비실, 스토커와의 전쟁
기사입력 1999년 01월 09일 01시 29분
MBC는 최근 연예인 스토킹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문 앞 경비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곳 경비원들은 우선 스토커의 출입을 막기 위해 하릴없이 방송국 정문 앞을 기웃거리는 사람이 있으면 일단 접근해서 신분을 확인한다.
또 스토커가 차량에 탑승한 채 대기하고 있다가 밖으로 빠져나오는 연예인 차량을 뒤쫓아갈 것에 대비, 정문 앞을 서행하며 내부 동태를 살피는 차량들의 번호판도 기재해 놓는다.
경비원들은 이와 함께 과거 스토킹 행각을 벌인 적이 있는 사람들의 폴라로이드 즉석 사진을 찍어 스크랩북에 보관하고 동일 인물이 나타나면 가차없이 돌려보낸다.
앨범에는 경비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다 유리창을 깬 사람의 사진도 있다.
앨범 속 인물은 줄잡아 20여명 정도.
어떤 여고생의 사진 옆에는 `가수 김현철의 사촌동생을 자처함'이라는 특기사항이 적혀 있고, 중년 남자의 사진 밑에는 `MBC 방송국 신임사장이라고 주장함'이라는 설명이 씌여 있다.
또 `정혜정 아나운서와 결혼하겠다'는 총각의 사진도 있고 방송국 간부의 부인을 사칭하면서 10년 가까이 `출퇴근'하는 아주머니 얼굴도 들어 있다.
한 경비원은 "이들은 한번 적발되면 다시는 안 오겠다고 맹세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또 다시 나타나기 때문에 `몽타주' 역할을 할 사진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제 이곳 경비원들은 스크랩북을 하도 많이 들여다 봐 앨범 속의 얼굴은 외울 정도라고 한다.
[ 정경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