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세상] 다툼없는 그라운드 염원
기사입력 1999년 01월 07일 16시 21분
어느 야구단 사장실의 책상위에서 시집 한권을 들고왔다.
감성이 모자란 탓인지 시를 읽어도 도통 뜻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지만 야구단 사장이 무슨 시를 읽는가 궁금해서 빌려왔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고 내겐 별 느낌이 오지않는 낱말들.
그런데 문득 한구절에 눈이 간다.
`어쩌다 벼슬길에 드니/외나무다리 건너는 듯/왼종을 헤매다가/나를 잃어버렸네.'
96년 여름 불쑥 감독대행에 오른뒤 LG 천보성감독에게 초보 사령탑의 각오를 물었다.
"선수때의 마음을 잘 기억하는 코치가 훌륭한 코치가 됩니다. 코치때의 진취적이고 이상적인 생각을 오래 간직한다면 훌륭한 감독이 되겠죠."
2년반이 흐른 지금 천감독이 그때의 이상을 믿음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알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당시 그가 지나치기 쉬운 진실 하나를 말했음이다.
우리에겐 새로 배워야할 것 만큼이나 이미 알고 있어서 기억하고 지켜야할 것이 많다는 사실.
토닥토닥 다투고 서로를 비난하기까지 모르는 일보다는 깜빡 잊어버린 일이 많다.
남의 처지를 못보는 경우보다 안보는 순간이 흔하다.
이해못하는 게 아니라 이해안하는 쪽이다.
기묘년 새해가 열렸다.
힘들었던 시절을 잊지않는 선수, 선수때의 순수한 열정을 기억하는 코치, 따뜻한 이해심을 간직하는 사령탑.
선수를 생각하는 구단, 구단을 이해하는 선수, 팬들을 잊지않는 스타로 꽉찬 그라운드를 기대한다.
[이승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