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세상] 농아환자의 입과 귀 된 간호사
기사입력 1999년 01월 07일 15시 52분
강북 삼성병원의 진료 의뢰센터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하현수씨(31．여)는 기다리는 아이가 있다.
농아 부부인 남모씨(31)와 김모씨(30) 사이에서 태어난 유라라는 여아다.
지난 97년 6월, "수화를 할 줄 아는 간호사는 빨리 산부인과로 와달라"는 안내방송을 들은 하씨는 곧장 달려갔다.
그곳에는 통증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안타까와 하는 김씨와 의사, 간호사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그러나 하씨 역시 수화를 배운지 얼마 안된 `초보자'였기에 증상을 충분히 전달할 수 없었다.
하씨는 다행히 손가락으로 글자를 만들어 뜻을 전달하는 지화(指話)를 배운 상태여서 어렵게 `통역'을 해줄 수 있었다.
며칠 뒤 유라가 태어났다.
하씨는 산모의 순산에 마음을 놓으면서도 `이 아이마저 말을 하지 못하면 어쩌나…'하고 걱정했다.
유라 엄마는 퇴원 뒤 유라의 예방접종 등을 위해 병원에 올 때마다 하씨를 찾았고, 하씨는 그때마다 유라의 입놀림을 조심스레 살펴봤다.
유라는 지난해 1월부터 "엄마" "맘마" 등 짧은 말을 한 뒤로 하루가 다르게 말솜씨가 유창해졌다.
"우리집 큰애가 말문을 열 때보다 더 반가왔어요."
유라와의 만남 이후 수화를 더욱 열심히 배워 병원을 찾는 모든 농아 환자의 입과 귀로 활약하고 있는 하씨는 지난 연말 감격스런 선물을 받았다.
유라가 엄마와 함께 꽃 한송이를 들고 찾아와 "선생님, 고마워요"라고 인사를 한 것이다.
[김승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