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관록으로 객석 사로잡는 작은거인
기사입력 1999년 01월 07일 15시 52분
연극인 김동수(52)는 `작은 거인'이다.
크지 않은 몸집이지만 떡 버티고 서서, 연기파 배우답게 길게 깔리는 목소리로 무대를 압도하는 그에겐 일종의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중인 `파티'(윤영선 작, 이성열 연출)는 이런 그의 매력이 총결집된 무대. 불한당 손님들의 리더격인 마을 동장으로 등장하는 그는 웃음과 섬뜩함, 긴장과 휴식이 교차하는 이 작품을 시종일관 능수능란하게 조율해 간다.
"단순해 보이지만 복합적인 캐릭터라 사실 부담이 많았어요. 반응이 괜찮아 다행입니다."
`파티'는 평화로운 전원주택에 이사온 한 가족이 `이상한' 마을손님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폭력과 광기의 블랙코미디. 지난 97년 개봉한 영화 `퍼니게임'과 컨셉트는 비슷하지만, 조역들의 연기가 배꼽을 잡는 바람에 유쾌한 느낌마저 든다. 그런 톡톡튀는 조역들을 교통정리하며 자신만의 정교한 코믹연기를 펼치는 게 바로 그의 몫이다.
지난 72년 기독교방송 성우로 연예계에 입문한 그는 그뒤 드라마와 연극에 반평생을 바쳐왔다. 극단 세실의 `카덴자', `불가불가' 등이 그의 대표작.
한때는 마임에 푹 빠져 `바이올린을 든 삐에로'를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만들었다. 덕분에 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의 `깡깽이꾼'을 단골로 맡기도 했다.
지금은 연기외에도 김동수 배우학교의 대표로 후배들을 양성하고 수원과학대 방송연예과에 출강도 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또 `슬픔의 노래', `아들과 함께 걷는 길' 등 네작품을 만든 연출가이기도 하다.
"인생과 마찬가지로 연극도 일회성의 `사라지는 아름다움'이 있어 그만둘 수가 없다"는 그는 "작품만 괜찮다면 단역도 마다않겠다"는 골수 `연극쟁이'다.
[김형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