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사이버 스토커'를 조심하라
기사입력 1999년 01월 06일 16시 27분
탤런트 최진실씨가 납치될 뻔 한 데 이어 도지원씨가 지난해 납치된 적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연예인 스토킹으로 세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스토킹이 강 건너 불은 아니라는 게 통신인들의 말.
가상공간에서 스토킹 행각을 벌이는 파렴치한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30대 주부 A씨는 최근 딸의 나우누리 ID를 빌어 채팅을 하다 봉변을 당했다.
대화방에서 만난 40대 남자와 두달여간 성적인 대화를 주고 받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남자가 `만나자'고 해 연락을 끊었다가 한달여간 집요한 욕설과 협박편지에 시달린 것.
A씨는 자기가 어느 정도 빌미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속앓이만 해오다 지체했다가는 딸에게 들킬 것 같아 하는 수 없이 전자편지 운영 담당자에게 신고했다고 한다.
ID로만 인식되는 익명의 공간.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하이텔, 나우누리, 천리안, 유니텔 등 주요 통신사에는 월 평균 수십건씩의 스토킹 피해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하이텔 회원 K씨(26．여)는 지난해말 30대 남자 스토커 때문에 서너달간 밤잠을 못 이룬 경우.
K씨는 통신 문학방에 소설을 연재했는데 애독자라는 한 남자가 `결혼해달라'는 편지를 하루에도 수십통씩 보내 ID를 바꿨으나 남자가 이를 알아내 이번에는 `만나주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협박편지를 보내와 신고하기에 이르렀단다.
옛 애인의 통신 ID를 알아낸 뒤 동호회 게시판에 들어가 자기와 함께 잤다는 사실을 폭로하며 괴롭힌 스토커도 있다.
사이버 스토커는 대부분 20대 중반의 직장인 남자.
주 활동무대는 대화방으로 채팅중 마음에 드는 이성이 나타나면 상대방의 ID를 기억했다가 전자우편을 보낸다.
상대방이 수신을 거부할 경우 가족이나 친구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ID를 바꿔 재차 접근을 시도한다.
스토킹 유형은 대동소이하다.
음담패설을 하거나 협박을 하거나 유언비어를 퍼뜨려 상대방 얼굴에 먹칠을 하는 식이다.
각 통신사들은 일단 스토킹 피해 신고가 접수되면 피해자로 하여금 가해자의 대화나 편지내용을 갈무리하도록 한 뒤 이를 보고 스토커라는 판단이 서면 ID를 정지시키고 있다.
천리안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가해자가 피해자의 연락처를 이미 알고 있을 경우 가상공간 밖에서 벌어지는 사후 스토킹은 막을 방법이 없다"며 "결국 통신인 각자가 스토킹 빌미를 제공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상책"이라고 충고했다.
[정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