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야구를살리자] 편히 쉴수있는 관광지로
기사입력 1999년 01월 06일 15시 47분
▲상상 1:야구장에 갈때는 반드시 수영복을 챙기자.
한여름 뙤약볕 속에 틈틈이 수영장 물에 몸을 담근뒤 물장구를 치고 선탠을 즐긴다면 야구의 색다른 재미가 느껴진다.
▲상상 2:미국이나 일본에서 바이어들이 오면 야구장으로 초대해 협상을 벌이자.
야구라면 사족을 못쓰는 두 나라의 바이어들과 야구를 함께 보면서 사업 얘기를 한다면 훨씬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계약이 될 수 있다.
▲상상 3:야구 좋아하는 자녀의 대학입학 기념 파티를 야구장에서 하자.
근사한 저녁 식사와 함께 즐거운 야구 경기도 보고, 가족과 대화도 나누는 더없이 좋은 자리가 된다.
이런 야구장이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공상과학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 야구의 본고장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내셔널리그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애리조나는 작년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뛰어들어 65승 97패로 서부조 최하위를 차지했다.
관중석에 파리가 날릴만한 성적이지만 결과는 예상밖이었다.
4만8천569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애리조나의 홈구장 `뱅크원 볼파크'에는 항상 관중들이 넘쳐났다.
경기당 평균 4만4천571명으로 한해동안 무려 360만명이 입장, 내셔널리그 관중 동원 2위를 기록했다.
뛰어난 스타도 없고, 매일 지기만 하는 애리조나지만 그들에게는 더없는 자랑거리인 `뱅크원 볼파크'가 있었다.
뱅크원 볼파크는 98년 개장한 최신식 구장.
외야 오른쪽 펜스 너머에는 수영장이 딸려 있어 수영을 즐기며 야구를 볼 수 있고, 69개의 로열 박스가 설치돼 귀빈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오물이 넘치다시피 하는 화장실, 불편한 의자, 야구공을 가로 막는 그물망, 변변한 먹을거리 하나없는 비좁은 식당과 매점.
선수가 부딪히면 골절상을 입는 살벌한 펜스를 설치해 놓고 팬들을 부를 수는 없다.
이제는 편안함과 여유, 즐거움을 주는 야구장을 팬들에게 선사해야 한다.
70년대의 낙후된 시설에서 21세기 프로야구 개막식을 치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함용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