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 스키장, 동남아 화교 관광객에 몸살
기사입력 1999년 01월 06일 15시 37분
◇`말릴 수도 없고, 팔짱만 끼고 있을 수도 없고…'
동남아 화교 스키 관광객들 때문에 스키장들이 고민에 빠졌다.
낮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활강으로 울퉁불퉁해진 슬로프를 압설차를 이용해 깨끗하게 정리하는 정지작업은 스키장의 중요 업무중 하나.
식당이 문을 열기 전에 깔끔하게 청소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스키어들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다.
그러나 추위와 싸워가며 밤 새워 정리해놓은 슬로프가 새해들어 잇달아 짓밟혀지고 있다는게 스키장들의 고민.
슬로프에 발자국이 나있는가하면 손으로 긁어놓은 자국까지 선명하다.
깨끗한 눈에서의 첫 활강을 기대한 스키어들이 볼때는 당연히 `슬로프 관리가 엉망'이다.
범인(?)은 대만, 홍콩, 싱가폴 등지에서 오는 화교 스키 관광객들로 1월에 눈을 만지거나 밟으면 운수가 대통하고 병에도 걸리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이들이 새벽 5∼6시쯤 단체로 몰려나가 걸어다니면 슬로프는 엉망이 된다.
그러나 이들을 무조건 제지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스키장측의 진짜 고민이다.
요즘같은 경제난 속에서 동남아 관광객은 무시할 수 없는 큰 고객이기 때문이다.
"슬로프의 눈은 자연설이 아닌 인공설이어서 별 효험(?)이 없다"고 설명해보지만 관광객들은 개의치 않는다.
일부 극성파들은 걸어서 30여분이나 걸리는 슬로프 꼭대기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베어스타운 스포츠사업부 김혁수 차장은 "못하게 하자니 너무 야박한 것 같고, 놔두자니 국내 스키어들에게 욕을 먹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철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