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원] '납치' 트렁크속에 갇혀 거액털려
기사입력 1999년 01월 05일 15시 08분
인기탤런트 도지원(33)이 20대 남녀에게 납치돼 승용차 트렁크에 갇힌 채 5시간동안 끌려다니면서 거액을 뜯긴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5일 도지원을 납치, 승용차 트렁크에 싣어 끌고 다니며 거액을 뜯어낸 류덕현(26·무직·주거부정) 권현숙(25·여·학원강사·서울 강서구 등촌동)씨 2명에 대해 특수강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애인 사이인 류씨 등은 지난해 7월26일 오후 5시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C스포츠센터 지하 4층 주차장에서 운동을 마치고 나오던 도지원을 "소리치면 죽이겠다"며 흉기로 위협, 눈과 입, 양손을 청테이프로 묶은 뒤 도씨의 BMW 승용차 트렁크에 가뒀다.
류씨 등은 이어 5시간 동안 서울시내를 돌아다니며 도지원의 현금카드로 70여만원을 인출한 뒤 트렁크 문을 열어 놓은 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주택가 골목에 승용차를 버리고 그대로 달아났다.
이들은 다음날 도지원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 "당신의 핸드폰과 면허증 등을 갖고 있다"면서 "돈을 더 내놓지 않으면 가족들을 몰살시키겠다"고 협박, 류씨의 은행계좌로 1천400여만원을 입금받았다.
류씨 등은 또 지난해 11월말에도 다시 전화를 걸어 "7월26일 있었던 일을 기억하냐"면서 5천만원을 더 요구했으나 돈을 받아내지 못하자 4일 오후 3시20분쯤 도지원의 집이 있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D아파트 주차장에 자신의 쏘나타Ⅱ 승용차를 세워두고 범행을 모색하던 중 경찰의 불심검문에 붙잡혔다.
경찰은 이때 차량에서 모의권총과 흉기를 발견한 뒤 수상히 여겨 류씨가 묶고 있던 서울 강남역 인근의 고시원을 수색한 결과 도지원의 운전면허증과 핸드백, 수첩, 안경 등을 찾아 추궁한 끝에 범행일체를 자백받았다.
조사결과 류씨는 지난해 7월초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방송작가 강모씨의 수첩을 우연히 주운 뒤 수첩에 실린 도지원의 연락처를 보고 돈을 뜯어내기 위해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약 1년전부터 권씨와 사귀어온 류씨는 경찰에서 "별다른 직업이 없어 생활비가 부족한 형편에서 탤런트들이 돈을 많이 벌 것으로 생각해 범행대상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류씨는 도지원에게서 뜯어낸 돈으로 지난해 9월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웨이브'라는 20평짜리 카페를 차리고 나머지는 생활비나 유흥비로 사용했다.
도지원은 경찰에서 "나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 같아 경찰에 신고하면 가족들에게 해가 돌아갈까봐 신고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강씨의 수첩에 적힌 20여명의 여자탤런트중 강문영 김지수 김지호 등의 이름에 표시가 돼 있는데다 류씨의 차 안에서 흉기와 무전기, 청테이프 등이 발견된 점을 중시, 다른 연예인들에 대한 납치 등 추가 범행을 추궁하고 있다.
한편 류씨가 구랍 30일 있었던 최진실 납치미수범과 머리가 벗겨진 점 등 인상착의가 비슷해 이 점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6일중 최진실을 참고인자격으로 소환, 범인과 대면시켜 동일범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김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