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박정희' 상한가 '김영삼' 하한가
기사입력 1998년 05월 24일 14시 22분
`박정희 대통령 휘호는 상한가, 김영삼 대통령 휘호는 하한가.'
IMF 한파 탓인지 역대 대통령의 휘호 가격이 천차만층으로 들썩거리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휘호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 반해 김영삼 전 대통령이 쓴 휘호는 구매자가 나서지 않아 끝간데 없이 떨어지고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 휘호는 강보합세, 윤보선 전 대통령 휘호는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24일 한국미술경매 등 경매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개마고원 자유의병'（蓋馬高原 自由義兵） `자립'（自立） 등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 이전에 쓴 휘호는 낙찰 예정가가 500만∼600만원을 호가하지만 `대도무문'（大道無門） `조국광복'（祖國光復） `민주회복'（民主光復） 등 김영삼 대통령이 야당 시절에 쓴 글은 그 3분의 1에도 못미치고 있다.
국가 경제가 바닥으로 치닫으면서 경세제민（經世濟民）에 성공한 박대통령 휘호는 `우량주', 실패한 김대통령 휘호는 `부실주'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 휘호도 박대통령 못지않은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조국통일'（祖國統一） `멸공'（滅共） 등 작품 수가 적다는 잇점 때문에 박대통령과 비슷한 500만원선에서 최종 낙찰가가 매겨지고 있는 것.
`청천세심'（淸泉洗心） `임원무속정'（林園無俗情） 등 윤보선 대통령의 휘호는 뛰어난 필체가 높이 평가돼 300만∼40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경천애인'（敬天愛人） `행동하는 양심' 등 김대중 대통령이 야당 시절 쓴 휘호는 초기 경매가 300만∼400만원에, 24일 인사동 동양주차장내 길거리 경매에서 선보였다.
김대통령 휘호의 경우 현직 대통령 휘호에 값을 매긴다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그동안 경매업체에서 수령을 거부했으나 팔겠다는 사람들의 의지가 워낙 강해 이번에 경매시장에 나오게 됐다고.
현직 대통령이라는 프리미엄이 있는만큼 매매가가 비교적 높게 책정될 것 같다는 게 경매업자들의 말이다.
이처럼 대통령 휘호 가격이 시류에 따라 둘쭉날쭉하자 일부 소장자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사업가 서득원씨（58．천안시 청수동 극동아파트）는 "지난해말 김영삼 대통령이 6．29 선언 직전에 쓴 폭 30㎝, 길이 1@50의 `금수강산'（錦繡江山）을 경매시장에 내놨는데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불러 팔지 않았다"며 "경제는 망쳤지만 민주발전에 기여한 공이 큰 만큼 언젠가는 제 값을 받을 날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경매업자들은 대통령 휘호 가격의 등락폭이 제아무리 커도 소장 가치는 여전히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미경의 하진규 이사는 "민영익, 오세창 등 구한말 문인들이 쓴 서예작품은 예나 지금이나 100만∼15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며 "대통령의 글은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값이 좌지우지 된다고 해도 여전히 투자 가치가 높은 수집 품목"이라고 말했다.
[정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