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김희중 9단●최규병 8단
기사입력 1998년 05월 24일 14시 22분
제8보(124∼138)＝전보에서 흑은 판을 끝낼 수 있었던 결정적 기회를 놓치는 바람에 국면은 또다시 표류하게 된다. 국후 김 9단은 "던지기 일보직전에 상대가 숨통을 터줘 다시 새로운 각오로 돌을 쥐었다"고 했다.
백 24로 지켜 흑 25가 불가피할 때 백 26으로 흑 27을 강요한다. 그리고 나서 백 28, 마치 지그재그 스텝으로 활로를 찾고 있는 백이다. 곤경에 빠질뻔했던 중앙 백대마가 이렇듯 살길을 얻게 되어서는 전보에서 비록 상변과 중앙에서 백이 약간의 출혈이 있었지만 국면의 균형을 찾게 된 것.
초중반 벌어놓은 게 많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면은 지금부터의 바둑.
이후 한수한수가 국면을 좌지우지하는 그런 중요한 종반이 되고 있다. 그런데 실착은 흑 쪽에서 먼저 나왔다.
흑 29가 한가한 완착. 지금 국면은 이렇듯 끝내기나 할 만큼 여유롭지가 않다. 더구나 백 30이 흑의 폐부를 찌르는 따끔한 일침. 흑 31로 후퇴하지 않을 수 없어서는 다음 백 `가'의 뒷맛이 끝까지 흑의 부담으로 남게 되었다.
여기서는 무조건 [참고도 1] 흑 1로 선제공격을 가할 자리였다. 5까지 이렇게 될 곳인데 중앙의 거대한 백대마는 여전히 미생이라 좌하귀를 손 볼 틈이 없는 백이다.
또한 [참고도 2] 흑 ▲에 돌이 오면 이젠 백 1은 듣지 않는다. 흑 2로 받아 그만. 즉 백 3∼7까지 움직이는 것은 8까지 흑 ▲가 장문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런데 이젠 백 32가 문제의 수. `나'로 쉽게 연결했으면 편했고 분규도 없었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흑 33 역습이 강수로 국면은 다시금 혼미해지는데….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