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현장] '용의 눈물' 클라이맥스 '대마도 정벌'
기사입력 1998년 05월 24일 14시 22분
"야, 왜군들 빨리 활 쏴", "조선군들은 이리 뛰어와야 할꺼 아냐."
지난 주말 오후 충남 태안군 구례포의 바닷가에는 이순(耳順)을 넘긴 김재형PD의 굵은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KBS 1TV 대하드라마 `용의 눈물'의 대미를 장식하게 될 `대마도 정벌'신의 야외 촬영 현장.
4천여평의 바닷가에 들어차 있는 기와집과 초가, 움막 등 일본식 가옥 17채와 왜군으로 분장한 150여명의 엑스트라들 때문인지 구례포구는 어느새 조선 초기의 대마도로 둔갑해 있었다.
김PD의 `큐'소리와 함께 근해에 떠 있던 조선 군함의 포신에서는 불꽃이 튄다. 뿌연 연기 사이로는 달려 나오는 한 무리의 조선 군사들. 곧 이어 칼 부딪치는 소리와 비명소리가 모래사장을 가른다. 잠시 후 들리는 김PD의 `컷'사인.
대하드라마의 끝맺음은 어렵다. 특히 19개월에 걸쳐 인기리에 방송됐던 `용의 눈물'의 경우는 더하다. KBS가 이 드라마의 클라이막스인 `대마도 정벌'신을 위해 동원한 인원은 300여명.
여기에 20여일에 걸쳐 구례포 바닷가를 15세기 초기의 대마도로 바꿔 놓았고 조선 초기의 군함 2척도 건조했다. 전투 장면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폭약과 각종 무기, 갑옷 등도 필요했다. 10여분여 방송되는 분량을 찍기 위해 투자한 제작비는 총 6천만원. 제작진의 고민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IMF시대에 침체해 있는 시청자들에게 민족적 자긍심과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대마도 정벌을 클라이막스로 결정했어요. 세종의 치세로 기록돼 있는 최윤덕, 이종무 장군의 대마도 정벌을 태종의 치세로 재해석하는 계기도 될 꺼예요."
김PD는 이어 "구례포와 학암포 일대는 실제로 조선 초기 왜구의 노략질이 심했던 곳으로 이 곳을 대마도 정벌신 촬영지로 정한 것도 이런 역사적 의미를 일깨우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촬영분은 태종의 명령을 받은 조선 군대가 대마도 정벌에 나서 3차에 걸친 공격 끝에 승리를 이끌어 낸다는 내용으로 30일에 전파를 탄다.
[서태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