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 사투(13)

기사입력 1998년 05월 24일 14시 22분



"아앗!"

저도 모르게 프렘 소령은 외마디 고함을 지르고는 조종간을 움켜 쥐었다.

"편대장, 계기가 고장입니다!"

무시디의 외침이 리시버를 울렸지만 대답할 겨를이 없다. 자신의 앞쪽에 붙여진 모든 계기판에도 에러가 발생한 것이다.

고도계 속도계는 말할 것도 없고 방향판, 레이더장치, 연료계기까지 바늘이 돌고 기능이 정지되어 있었다.

"편대장, 연료공급이"하고 좌측을 날던 카말 대위가 소리쳤다.

프렘은 이를 악물었다. 이쪽도 연료공급 계기판이 붉은선 아래로 내려갔고 경고등이 번쩍이는 것이다.

"편대장, 탈출 하겠습니다."

무시디가 고함을 쳤으므로 프렘은 번쩍 머리를 들었다.

"수동으로! 2시 방향으로 간다!"

"연료가 끊겼다니까요!"

맞받아 소리친 무시디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다.

"프렘, 프렘, 듣고있나?"하고 기지본부의 호산대령이 소리쳤다.

"계기가 꺼지다니? 어떻게 된거야!"

"빌어먹을! 계기가 모두 고장이요! 편대기 전체가!"

"그, 그럴리가."

"와서 봐야 믿겠습니까!"

악을 쓰던 프렘은 눈을 치켜떴다. 온몸에서 소름이 돋았고 머리카락이 치솟는 느낌이었다.

기체가 30°가깝게 회전한 것이다. 조종간을 수동으로 쥐고 있는데도 컴퓨터의 자동조종 장치가 기체를 회전 시켰다.

"아! 편대장! 왜 나한테!"하고 무시디가 외쳤는데 시선을 든 프렘은 무시디의 F-15가 정면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다음 순간이었다. 무시디의 F-15조종석 뚜껑이 벗겨지면서 조종석이 윗쪽으로 치솟아 올라갔다.

무시디가 비상탈출을 한 것이다.

"으응."

프렘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자신의 비행기는 주인없는 무시디의 F-15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난 것이다.

"편대장! 추락합니다!"

카말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빌어먹을! 연료공급이 끊겼단 말이요!"

"탈출해라! 카말!"

그러자 호산대령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봐. 프렘, 수동조종도 안되나?"

그 순간 기체가 곤두박질 치듯이 내려갔으므로 프렘이 정신나간 사람처럼 웃었다.

"수동조동도 안됩니다. 대령, 컴퓨터가 방해를 해서 이 비행기는 미쳤소."

"프렘, 자네 지금 떨어지고 있어."

"조종이 안된단 말이요."

기체가 심하게 흔들리면서 압력이 세졌으므로 프렘이 헐떡였다.

"컴퓨터가 미쳤습니다. 수동조작도 방해를 하는데다."

"프렘, 탈출해라!"

그 순간 프렘은 와락 닥쳐온 지중해의 남빛 바다를 보았다.

바다는 머리 윗쪽의 왼쪽으로 펼쳐져 있었는데 아름다웠다. 이제까지 수백번 바다위를 날았지만 이런 색깔은 처음이다.

호산대령은 레이더에 마지막 남아있던 점이 사라졌으나 얼이 빠진 표정으로 한동안 서 있었다.

주위에 둘러선 사람들도 모두 마찬가지여서 한동안 상황실 안에는 전파음 소리만 났다.

장교 하나가 호산대령 옆으로 다가와 섰다.

"대령님, 지난번 알렉산드리아 앞바다에서 추락한 사건과 비슷한것 같습니다만."

호산이 머리를 들었다. 그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염병을 할 정보국 놈들은 지금 어디에 있나?"

지금 그 사건은 정보국에서 관장하고 있는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