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감독] '얼굴 익히기로 위장전술 깬다'
기사입력 1998년 05월 22일 14시 51분
`얼굴 익히기로 위장전술을 정면돌파한다'.
월드컵 본선 상대팀들에 대한 전력 파악을 마친 차범근 감독이 마지막으로 비장의 히든카드를 빼들었다.
각 팀 선수들의 얼굴을 최첨단 컴퓨터에 입력시킨후 얼굴이 그려진 예상 포진도를 선수들에게 일일이 나눠주며 얼굴 익히기에 나선 것.
그동안 차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멕시코 네덜란드 벨기에팀의 경기 비디오를 수차례 돌려봤지만 전력분석에 애로를 겪어왔던 게 사실.
상대팀들이 잦은 백넘버 교체와 포지션 변경, 선수 교체로 교묘한 위장 전술을 구사해왔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베르캄프(네덜란드) 등 중요 선수들은 얼굴을 알지만 그밖의 선수들은 좀체 파악하기 힘들었다.
차감독은 일단 컴퓨터를 이용해 사진을 스캐닝(그림을 복사해 컴퓨터에 입력하는 일)한뒤 자신이 직접 작성한 상대팀 예상 포진도에 선수들 사진을 그려넣고 있다.
특히 그라운드에서 직접 맞부딪힐 선수들은 개개인의 습관이나 특성을 잘 파악해야 쉽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얼굴익히기 작업은 큰 도움이 될 전망.
차감독은 이번 작업을 오래전부터 구상해왔지만 자칫하면 열매를 맺지 못할 뻔했다.
당초 자신이 평소 컴퓨터에 관해 자문을 구했던 모회사측에서 도표속에 얼굴을 그려넣는 작업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전해들었기 때문.
작업 재개는 지난 21일 우연히 이뤄졌다.
연세대 정보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을 밟고있는 부인 오은미씨를 따라 학교에 잠시 들렀다가 오씨의 컴퓨터 선생님으로부터 그러한 작업도 가능하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한수 가르침을 받은 것.
차감독의 열렬한 팬이라는 배 웅씨(29．연세대 사회학과 박사과정)는 앞으로 인터넷에서 상대팀 선수들의 사진을 다운로드받아 컴퓨터에 깔아줄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최성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