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 사투(12)

기사입력 1998년 05월 22일 13시 59분



워렌의 목소리가 리시버를 울렸다.

"우리가 보낸 F-18기는 항공모함으로 돌아가 버렸다. 놈들이 미사일을 쏘았단 말이야."

아파치는 기세좋게 날아가고 있었는데 창밖으로 해안선이 보였다.

목표지점에 거의 다온 것이다. 피터슨이 마이크를 쥐었다.

"기갑부대에다 F-15 세대가 다가온단 말이지요? 그렇다면 곧 에그 후라이가 되겠는데."

그러나 이번에는 워렌이 화를 내지 않았다.

"이봐. 피트, 목표지점 근처에 상륙해라. 그리고 아파치는 돌아오도록 할테니까."

"그동안에 F-15가 우리를 놔 둘까요? F_18한테도 미사일을 쏘았다면서."

"위협사격 한 발이었어. 정면으로 발사하지는 않을 것이야."

"그럼 우리더러 이집트 기갑부대와 부딪치란 말이오? 자전거 한대도 없이?"

"먼저 콘테이너를 공격해. 다행히 기갑부대는 30분쯤 지나야 현장에 도착할 것같다."

"그리고는 헤엄쳐 돌아갈까요?"

"장치를 찾으면 잠입해라. 그 방법밖에."

피터슨이 어금니를 물었다. 이런식의 허술하고 무모한 작전은 처음인 것이다.

통신이 끊겼으므로 피터슨이 옆에 앉은 대위를 바라보았다.

"대위, 들었소?"

"들었습니다."

대위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재미있겠는데요."

어금니를 문 피터슨이 헬기 안을 둘러 보았다. 공격용 헬기여서 탑승공간이 비좁은 아파치의 내부에는 일곱명의 특공대원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모두 얼룩무늬 위장복에 얼굴에는 검은 칠을 했지만 젊고 다부진 모습들이다.

이윽고 피터슨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그렇군. 재미있겠어. 난 브루클린 출신인데 대위 고향이 어디요?"

"거리가 5㎞입니다."하고 부하가 말했으나 하마니는 머리만 잠자코 끄덕였다.

F-15기 세대는 지금 세번째로 상공을 선회하는 중이었다.

레이더 스크린에 나타난 세개의 점은 타원을 그리며 선회하고 있었는데 중심 부분이 이곳이다.

담배를 피워문 하마니가 프라스틱 의자에 앉았다.

F-18기 다섯대는 사라졌으니 남은 것은 F-15기 세대이다.

무선전화기의 벨이 울렸으므로 부하 한명이 스위치를 켰다. 그러더니 곧 눈을 치켜뜨고 하마니를 바라보았다.

"지도자 동지, 살룸에서 기갑부대가 나왔습니다. 장갑차 다섯대와 트럭 일곱대인데 이곳으로 오고 있답니다."

"기갑부대가?"

이번에는 하마니의 얼굴도 딱딱하게 굳어졌다.

발견된 것이다. 한동안 콘테이너 안의 부하들은 초점없는 시선으로 둘러보던 하마니가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이건 합동작전이구만 그래."

레이더에 다시 세개의 점이 다가왔다.

네번째의 선회이다. 하마니가 레이더 앞에 앉은 부하에게 말했다.

"버튼을 눌러라."

자리에서 일어선 그가 입술끝을 비틀고 웃었다.

"아마 국경 너머에서 리비아 정보국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이쪽을 주시하고 있을거야. 값을 올릴 기회가 왔다."

그는 무전기를 들었다. 부하들에게 지시하려는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