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밀레니엄 버그' 한국 위험 '1순위'
기사입력 1998년 05월 21일 14시 22분
`2000년 1월1일, 출생한지 하루밖에 안된 아이가 100살로 기재된다. 전날 저금한 돈이 100년치 이자가 붙어 벼락 부자가 된다.'
`빌딩의 엘리베이터는 갑자기 멈추고 교통신호체계 이상으로 비행기 추락, 자동차 사고가 전세계에 속출한다.'
`밀레니엄 버그（Y2k）' 때문에 생길 수 있는 공포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6일 세계적인 밀레니엄 버그 자문업체인 가트너 그룹이 비공개 내부평가에서 "한국의 밀레니엄 대처시한이 3월말로 이미 지났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위험 국가'로 분류됐다.
밀레니엄 버그란 컴퓨터가 연도표시를 두자리로만 사용해 2000년 이후 날짜를 정상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예를 들어 1998년이면 컴퓨터는 단순히 `98'로 인식한다.
따라서 2000년은 그냥 `00'으로만 표기돼 컴퓨터가 이를 1900년 혹은 2100년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때문에 2000년이 되면 날짜와 관련된 모든 프로그램이 문제를 일으킨다.
컴퓨터 뿐만 아니라 날짜 인식 프로그램이 반도체 형태로 들어있는 항공기, 선박, 가전제품 등 모든 생활기기도 잘못 움직이게 된다.
금융기관, 행정전산망, 공장, 교통 등 전선화가 이루어진 모든 사회분야에 `시한폭탄'이 가동되는 셈이다.
이런 전쟁과도 같은 혼란은 과거 컴퓨터의 용량한계와 비용 때문에 날짜표시를 네자리가 아닌 두자리로 처리한 것이 화근.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의 선진국은 이미 2∼3년 전부터 정부 주도로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영국은 밀레니엄 버그의 해결을 위해 7조5천억원의 돈을 쏟아 넣고 있다.
최근 우리 정부와 기업이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지만 시간과 돈 모두가 턱없이 부족한 형편.
IMF 여파로 그 쪽 쳐다 볼 여력이 없는 탓이다.
더구나 선진국에서는 밀레니엄 버그를 해결할 수 있는 국내의 코볼（COBOL） 프로그래머를 대량으로 빼내가고 있다.
미국 등의 국가는 이들 전문가에게 많은 돈을 주고 비자 발급까지 간편화 시키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보수가 적어 인력이 속수무책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나중엔 해결하고 싶어도 사람이 없어 못할 판이다.
전문가들은 "대비책을 만들지 못하면 18개월 후에는 엄청난 혼란이 실제로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2000년 1월1일 원전（原電）이 녹아내리고 서울 하늘에 미사일이 마구 날아다니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임태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