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축구단] '지하도 노숙자 축구팀' 떴다
기사입력 1998년 05월 21일 14시 22분
지하도 노숙자들이 IMF 축구단을 창단한다.
이들을 뒷바라지하고 있는 `사랑의 전화'（회장 심철호）는 오는 30일 서울역 지하도 앞에서 엔트리 20명의 `홈리스 축구단'을 출범시킨다고 21일 밝혔다.
감독은 가수 김흥국씨, 코치는 전 서울시청 축구단 선수 출신인 출판사 `여백'의 김태윤 차장이 각각 내정됐다.
최종 엔트리는 앞으로 몇차례의 역（驛）별 선발전을 통해 26일 확정된다.
사랑의 전화는 이를 위해 이번 주말까지 서울역, 영등포역, 용산역, 청량리역에 살고 있는 노숙자 5천여명 가운데 지원자를 접수, 다음주초에 한강변에서 선발전을 갖고 `베스트 11'을 확정할 방침이다.
지원자가 많은만큼 국가 대표 선발전 보다 더 치열한 경합이 예상된다.
홈리스 축구단의 창단 정신은 `축구를 통해 재기할 힘과 용기를 얻는 것'.
공을 차면서 노숙생활중 갖게 된 `외로움' `사회에 대한 분노' `가족에 대한 그리움' `자살충동' 등을 훌훌 날려버리고 `삶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불태운다는 것이다.
축구단 지원자들은 앞으로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각계각층의 조기축구단과 축구 경기를 가진다는 각오.
시간은 얼마든지 있는（?）만큼 상대팀만 있으면 하루에 더블헤더도 좋다고 입을 모은다.
사랑의 전화는 홈리스 축구단의 운영을 위해 경기 때마다 서울역에서 이들을 태워 운동장으로 수송할 전용 미니버스도 마련했으며 이들의 유니폼 제작을 위해 협찬사를 물색중이다.
창단 기념 경기는 김흥국씨가 이끄는 연예인 축구단과 가질 예정.
이를 위해 각 역별 `연락병'에게 삐삐도 지급한다.
"노숙자들에게 무슨 뛸 힘이 있겠냐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무료급식소가 많아 밥 굶는 사람은 없습니다. 특히 지원자의 70％는 과거 육체노동을 한 사람들로 기초체력이 튼튼한 편이어서 어떤 팀과 싸워도 지지 않을 겁니다."
축구단의 구단주 역할을 하고 있는 심철호 회장은 "노숙자들의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싶었다"며 "일반인 각 기업팀과 친선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취업의 기회까지 얻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말했다.
한편 사랑의 전화 직원 7명은 지난 18일 한강변에서 서울역에 살고 있는 노숙자 30여명과 함께 편을 갈라 첫 연습을 가졌다.
노숙자 가운데는 전직 사업가도 있었고 식당 종업원도 있었다.
"대구에서 건설노동자로 일하다 서울역에서 노숙 생활을 한 지 3개월째를 맞는다"는 김진모씨（47．가명）는 "지하도에서 탁 트인 야외로 나와 공을 차니 날아갈 것 같다"며 "축구로 심신을 단련해 하루빨리 재취업하겠다"고 다짐했다.
[정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