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박세리 우승컵 40만원만 주면 똑같이'
기사입력 1998년 05월 21일 14시 22분
얼핏 신선로를 연상시키는 이 컵은 대관절 얼마짜리일까.
"40만원만 주면 똑같이 만들어 드릴께요."
골프 트로피 전문생산 경력 18년이 됐다는 한얼상사의 김기동 사장（36·서울 종로구 묘동）은 `40만원'이라고 딱 잘라 말한다.
"금이나 은 같은 값비싼 재료가 아닌 트로피는 그 정도면 충분히 만들어요."
그러나 같은 우승컵이라도 모양이 유별난 창작품은 재료에 관계없이 비싸다.
새로 금형（金型）을 떠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미국 덜루스에서 끝난 벨사우스 클래식에서 우승한 타이거 우즈가 받은 트로피가 대표적인 예.
우즈가 받은 트로피는 골프채를 쥔 두 손의 그립 모양을 그대로 본따 주물（鑄物）로 만든 것.
"그런 것은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400만원은 줘야돼요."
사실 골프만큼 트로피 모양이 다양하고, 흔한 운동도 없다.
PGA선수권대회 등 메이저대회와 나라마다 열리는 오픈대회 등 굵직한 대회는 물론 골프장마다 벌이는 클럽챔피언십, 동창회, 친목회에서도 우승자에게 멋진 트로피를 준다.
반드시 우승을 해야만 트로피를 주는 것도 아니다.
알바트로스, 이글, 홀인원 등 한 홀에서만 행운을 잡아도 트로피를 주고, 81타 이하를 쳐도 `싱글패'를 준다.
웬만한 주말 골퍼의 응접실마다 골프장에서 받은 트로피가 하나쯤 있는 것도 이같은 까닭이다.
이처럼 트로피가 흔하다 보니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예전에는 천편일률적으로 멋진 스윙 자세를 얹은 트로피가 많았지만 요즘은 벙커샷을 하는 모양, 용이 여의주 대신 골프공을 물고 승천하는 모양, 월드컵 우승 트로피에 지구 대신 골프공을 올려놓은 것, 거북선 등 민속공예품을 응용한 것 등 다양하죠."
현재 국내에는 약 500여가지의 트로피 모형가 있으며 해마다 10여가지의 새 모델이 나온다고 한다.
재료도 크리스털에서 주석, 칠보자기, 수정 원석（原石）, 금, 은 등 온갖 것이 동원된다.
당연히 값도 천차만별이다.
10만~30만원대가 대부분이지만 재료와 디자인에 따라 100만원이 훨씬 넘는 것도 있다.
김사장은 "1년전만 해도 순금을 몇냥씩 붙여 트로피인지 뇌물인지 알 수 없는 수백만원짜리 트로피도 주문해가는 사람이 많았다"며 "국내 PGA대회 우승 트로피는 대개 30만원짜리"라고 귀띔했다.
[김승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