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사] (88)여성운동
기사입력 1998년 05월 21일 14시 21분
5월이 가고 있다. 5월에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있다. 근로자의 날로 번역되고 있는 메이데이도 있고, 그리고 메이퀸도 있다.
메이퀸은 말 그대로 5월의 여왕이요, 5월의 미인이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옛날 이화여대에서는 매년 메이퀸 선발대회가 있었다.
당시의 자료 사진을 들쳐보면 이런 장면이 담겨있다.
메이퀸 후보들, 그리고 후보들을 참관하는 학생들이 강당을 가득 메우고 있다. 후보들은 각 학과에서 선발된 미인들이다. 미스 영문과, 미스 화학과 식이다.
여러 색보다는 단일색을 좋아하던 당시의 정치@사회 분위기 탓인지 후보들의 복장은 한가지로 통일돼 있다.
이대의 메이퀸 선발대회는 `학창시절의 낭만'이라는 주최측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호된 비판을 받았다. 특히 여성인권에 관심이 높았던 학생들과 인사들은 "캠퍼스 안에서 미인대회라니 말도 안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메이퀸 폐지운동에 앞장섰던 대표적인 이대생은 후일 여성운동을 활발히 펼치게 되는 이계정(47). 그녀는 82년 자신의 결혼식 때 국내 최초로 신랑@신부 동시입장을 하여 여성들의 갈채를 받기도 했던 여걸이다.
크리스찬 아카데미와 이대생들은 손을 잡고 메이퀸 선발대회 폐지운동을 벌였다. 마침내 70년대 중반 메이퀸 선발대회는 이대 캠퍼스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지난해 전북의 한 남녀공학 고등학교에서 교내 축제의 하나로 메이퀸 선발대회를 열어 문제가 됐었다.
선발방식도 이대의 메이퀸을 뽑는 방식과 비슷했다. 클래스 퀸을 미리 뽑고 그 가운데 결선 진출자를 선발, 마지막으로 여왕을 추대하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가관이었다. 후보 여학생들은 당일 하이힐에 수영복을 입고 어깨띠까지 두른채 무대에 섰다. 한복 심사, 자유복 심사, 수영복 심사가 이어졌다. 어린 후보들은 노래자랑에 에어로빅까지 선보였다.
남학생들은 스승들과 함께 어울려 여학생들의 수영복 심사까지 했다.
이 행사가 문제되자 교장은 "수영복 심사를 할 때 여학생들에게 타이츠를 신겼기 때문에 맨살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궁색한 변명을 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학창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개최한 순수한 행사"라는 말도 했다.
모파상의 단편 가운데 `위쏭부인의 장미나무'라는 작품이 있다.
영국의 작은 도시 록스포트에서 어느해 5월 메이퀸 선발대회를 열려고 한다. 그런데 마땅한 후보가 없다.
친구들은 순진한 마마보이 앨버트 헤링을 메이퀸으로 뽑아놓곤 놀려대는 장난을 친다. 헤링은 마을을 떠났다가 1주일 뒤 돌아와 주정쟁이가 되어 돌아온다는 코믹한 내용이다.
메이퀸 선발대회는 현실에서나 소설 속에서나 구설수에 오르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