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영화 '찜'흥행성공 '변신 선언'
기사입력 1998년 05월 21일 14시 21분
영화 `찜'(한지승 감독-황기성 사단 제작)은 김혜수를 위한, 김혜수에 의한, 김혜수의 영화다.
연하 남성의 사랑을 받는 채영이란 인물.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순수한 노처녀.
현실과 스크린 사이에 조그만 틈도 보이지 않게 완벽히 채영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한 김혜수. 그녀는 16일 개봉돼 현재까지 서울에서만 6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는 `찜'의 성공 주역이다.
영화 `닥터봉'에 이어 또 하나의 빅히트작을 만들어내게 된 김혜수는 그러나 의외로 담담하게 말문을 연다.
"비결요? 모르겠어요. 흥행에 대한 감이 전혀 없거든요. 그냥 시나리오가 재밌어서 사인을 했죠."
`찜'은 2년 전 계약한 것. 김혜수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김혜수는 `찜'에서의 호연을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안재욱이 키스를 하려는 순간에 '경제를 살려야 하는데'라는 애드리브로 배꼽을 잡게 한 것도 편안한 현장 분위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 안재욱과는 MBC TV `짝' `복수혈전' `눈 먼 새의 노래' 등에서 호흡을 맞춰 걸릴 게 없었다.
채영에 대한 그녀의 애정도 좋은 연기가 나오는데 한 몫 했다.
"요즘에도 그렇게 순수한 여자가 있느냐. 비현실적인 캐릭터"라는 `긁는' 질문에도 김혜수는 당당하다.
"오히려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주위에 채영처럼 대책없이 늙어가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조건보다 마음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는. 그래서 연기 모델을 설정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죠."
김혜수 자신 또한 채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신랑감 1순위는 마음이 가는 사람. 가진게 있고 없고는 상관없다.
현재 부산 대구등지를 돌며 연극 `신의 아그네스'를 공연하고 있는 김혜수는 6월 첫째주 지방공연을 끝으로 다음 작품 모색에 들어간다.
"변신에 대한 부담은 없다"는 게 김혜수의 입장. 그러나 "똑같은 모습을 되풀이하는 것은 나에게도 지루한 일이다. 로맨틱 코미디를 다시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다.
한국 영화의 흥행 부진을 일거에 씻어버리고 관객을 `찜'하는데 성공한 영화 `찜' 이후 김혜수가 어떤 작품으로 팬들을 `찜'할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
[전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