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킹!지구촌] (25)돌화폐&만타가오리
기사입력 1998년 05월 21일 14시 21분
비틀 넛 열매를 나뭇잎에 만 다음 그 위에다 산호 가루를 얹어 씹으면 멋진 기호품이 된다는 것.
비틀 넛을 씹으면 약간의 환각 효과(?)도 있는데다가, 더위를 잊는 것은 물론이고 기분도 상쾌해진다고 한다.
야프 남자들은 누구나 풀잎이나 대나무로 만든 길다란 대나무 핸드백을 끼고 다닌다. 이들에겐 이 대바구니가 담배갑인 셈이다.
국제공항 대합실 바닥도 입국심사관이 내뱉은 비틀 넛 찌꺼기로 검붉은 얼룩 투성이며, 택시 기사들도 운전 도중 졸음을 막기 위해 대바구니를 열고 비틀 넛을 꺼내 씹는다.
지구촌을 통틀어 야프 군도에서만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것은 돌화폐와 만타가오리다.
가길섬의 와냔마을 입구엔 지름 2m가 넘는 돌화폐가 우리나라 디딜방아 흔적처럼 남아 있는데, 이 돌화폐는 지금도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가운데 구멍이 뚫린 이 석전(石錢)은 옛날 부족간의 상거래에 사용했다지만 돌의 출처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야프는 화산 활동의 융기작용으로 생겨난 섬이어서 그만큼 큰 돌덩이를 구하기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곳 사람들은 그들의 조상들이 바다 건너 4백여㎞ 떨어진 팔라우 섬에서 카누로 실어 날랐을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야프의 옛 원주민들은 목숨을 걸고 구해 온 돌로 화폐를 만들고 이것들을 관리하는 일종의 은행을 설립했다고 한다.
이처럼 거대한 돌화폐를 사용한 곳은 지구상에서 야프가 유일한 지역으로 기록돼 있다.
아주 드물긴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이 돌화폐가 전통적인 거래에서 사용되기도 한다.
돌화폐 앞에서 만난 와냔 마을의 촌장 루이스(78)는 필자가 한국인임을 알고 몹시 반가워했다.
그는 "나도 일본군 진지와 비행장을 건설하느라고 죽을 고생을 했다. 겨우 살아남아 귀국한 몇몇 한국인 친구들이 지금쯤 행복하게 지내는지 궁금하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야프가 자랑하는 또다른 `세계 베스트 1'은 거대한 가오리다.
지느러미의 폭이 3m에 육박하는 거대한 만타가오리를 감상하기 위해 세계 각지의 다이버들이 야프를 찾아온다.
덩치에 비해 무척 온순하고 아주 작은 고기만 잡아먹는 만타가오리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야프의 바다에서만 서식하고 있다.
만타가오리는 다이버들의 친구가 된 지 오래다. 다이버들은 "만타가오리가 커다란 날개를 커텐처럼 젖히며 머리 위를 스칠 듯 지나가는 순간은 얼마나 황홀한지 꿈속을 유영하는 느낌"이라며 흥분한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