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영상사업단] '한석규 이름값'에 27억 베팅
기사입력 1998년 05월 21일 14시 21분
`닥터 봉'이후 출연작마다 흥행성공의 견인차가 되어온 한석규는 `8월의 크리스마스'의 후속 출연작으로 강제규 감독의 야심작 `쉬리'(강제규필름 제작)를 선택, 삼성영상사업단으로부터 27억원의 제작비 투자를 이끌어낸 것.
삼성영상사업단의 27억 베팅은 한국영화 제작사상 최대규모. 최근들어 한국영화의 제작양상이 대기업의 제작지원, 또는 일신창업투자나 국민기술금융 등 금융회사의 투자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같은 규모의 제작비 투자는 그동안의 관례를 훨씬 뛰어넘는 `사건'.
특히 한국영화 제작 투자에 나선 대기업이 최근 몇년간 계속된 적자로 투자 규모를 줄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영상사업단이 통상적인 제작규모로 알려진 7억∼12억원의 몇배가 되는 27억원을 `베팅'하게 된 것은 한석규라는 `흥행 마이다스'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즉 `한석규 출연＝ 흥행 보장'이라는 영화계의 등식이 삼성영상사업단으로 하여금 과감한 투자를 결행할 수 있도록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강제규 감독이 지난해말 `쉬리'의 시나리오를 들고 몇몇 대기업 등에 제작지원을 요청했을 때는 `영화시장 규모를 무시한 제작비'라는 이유로 보류되어왔으나 최근 `한석규 캐스팅 카드'를 내놓자마자 상황이 급진전했다는 후문이다.
`쉬리'란 제명은 남과 북에 공히 서식하고 있는 관상어를 지칭하는 순 우리말로 영화 속에서는 `특수작전명'으로 사용된다.
영화는 남북간의 해빙무드에 저항하는 북한의 특수 테러집단과 이를 저지하려는 한국 특수정보기관의 대결을 축으로 첩보액션과 미스테리,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사랑 등을 장대한 스케일로 펼쳐낸다. 한때 북풍커넥션의 주인공 흑금성이 화제로 떠오르면서 세인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한편 한석규는 평소 가깝게 지내온 송강호와 최민식의 동반출연도 이끌어내 `쉬리'의 태동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이창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