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훈기 관전평] 선두타자 연속 4구 화 자초
기사입력 1998년 05월 21일 02시 15분
투수의 금기중 첫 손에 꼽히는 것이 어떤 이닝이든 선두 타자를 걸려 보내지 말라는 것이다.
첫 타자가 4구로 나가면 안타로 보내는 것보다 훨씬 안좋은 결과를 초래한다.
득점률이 무려 70%를 넘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지독한 제구력 난조로 승부의 고비인 4,5회에서 연속으로 선두 타자를 4구로 내보냈고, 결국 두 타자가 모두 득점하며 전세가 뒤집혔다.
시즌 열번째 경기에서 네번째로 1회 실점한 박찬호는 유난히 제구력이 잡히지 않았다.
1회에만 22개의 공을 던졌고, 이닝이 흐를수록 제구력이 안정을 찾던 다른 경기와 달리 갈수록 컨트롤이 흔들렸다.
총 24명의 타자를 맞은 박찬호는 13명의 타자에게 초구 볼을 던져 경기를 힘들게 이끌어갔다.
94개의 공을 던져 52개가 스트라이크(55%)였고, 4회에는 25개중 볼이 14개, 5회에는 19개중 11개가 볼로 컨트롤이 들쭉날쭉했다.
3_1로 앞선 4회말 박찬호는 커브스의 선두 5번 헨리 로드리게스를 연속 4개의 볼로 걸려 보냈다.
다저스는 3회초에 2점을 뽑아 3_1로 전세를 뒤집은 상황이었는데 선발 투수에게 중요한 것이 자기 팀이 득점한 바로 다음 이닝을 잘 막아내야 하는 것.
그러나 박찬호는 1사후 7번 타일러 휴스턴에게 높은 체인지업을 던지는 실투로 오른쪽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동점 2점홈런을 맞았다.
21도의 더운 기온과 초속 8.3@의 강풍으로 홈런이 쉽게 나올 조건이기는 했으나 가운데 높은 공은 장타가 가장 잘 나오는 코스였다.
5회말에도 선두 2번 모란디니를 4구로 내보낸 것이 화근이 돼 새미 소사와 마크 그레이스에게 연속 2루타를 맞고 다시 2실점, 대세는 완전히 기울어졌다.
3회초 다저스 공격에서 에릭 영이 친 좌중간 2루타성 타구를 커브스의 중견수 브렌트 브라운이 1년에 몇번 보기 힘든 멋진 다이빙 캐치로 잡아낸 것은 박찬호로서는 불운.
이때 득점이 이어졌더라면 승기를 잡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시카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