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V'마음이 고와야지'] 주말 안방팬 우울
기사입력 1998년 05월 20일 15시 03분
제목은 곱디 고운데, 드라마는 거칠다 못해 불쾌하기까지 하다.
첫회부터 승용차 다섯대를 졸부가족이 줄줄이 타고 등장한 건 욕먹을 것 각오하고 눈길부터 끌자는 계산이라 쳐두자.
그런데 이젠 도가 넘쳐 가족관계가 거의 패륜지경에까지 닿았다.
6회(17일 방송) 방송을 보면 이승연 이혜영 장진영 정민 등 4남매가 싸운다. 제일 큰언니인 이승연의 독단에 못이긴 동생 세명이 모여 `한번 뒤엎자'는 쿠데타를 일으키는 내용인데, 이건 `막가파 집안'이다.
언니 들어오기전 세동생은 양주를 세병씩 나눠 마시고 곤드레만드레가 되고, 깨어난 동생은 `네가 뭔데'하며 언니앞에 담배를 꼬나문다. 막내아들은 부모 허락도 없이 스포츠카를 계약한다. 서로 악다구니를 하고 몸싸움까지 한다.
다음날 큰언니는 엄마의 무능(무식)을 나무란다. 못배운 엄마는 `너 잘났냐. 난 모른다'식으로 내팽겨친다.
중간엔 또 이런 대사도 나온다. `냉수에 얼음탄 거 가져와'하니까 다른 한사람이 `얼음에 냉수탄거 가져와' 한다. 썰렁하기 짝이 없는 말장난이다.
여기다 연출실수(혹은 고의)까지 장단을 맞춘다. 이승연의 사고난 차는 분명히 `그립식 손잡이'의 소나타 EF인데, 손창민이 구출하려다 잡은 손잡이는 잡아당기는 재래식이다. 순식간에 차가 둔갑했다. 여기다 이승연의 `애니콜'은 왜 그리 오래 화면에 비추는지.
드라마의 줄기는 대충 짐작이 간다. 막가파 졸부 선우용녀집안과 건강한 가난뱅이 김무생집안(이집도 좀 문제지만)이 만나 사랑하고 화해해서 `마음이 고와야 행복한거지'하는 권선징악 해피엔딩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드라마 초반이고, 집안을 대비시키고 드라마 앞뒤를 조절하려는 구성상의 문제라 치더라도, 이건 너무 심하지 않나 싶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국에 서민들의 마음을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온가족이 둘러 앉은 주말가족시간대에 애들이 별 이유도 없이 양주먹고 대들고, 좋은차 사달라고 작은차 때려부수고, "돈많은 우리집 돈 갖다 쓰는 것도 내인생'이라고 망발하면 되겠는가.
차마 이 드라마를 보고 어린내들이 `경찰청 사람들'처럼 `범죄수법'을 배울까봐 조마조마하다. 무엇보다 가만 앉았다 뒤통수 맞는 `넌센스세상'을 더욱 화나게 만드는 `넌센스드라마'만 같아 안타깝다.
[이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