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정희] '추억'이 있는 곳에 '푹' 빠졌어요
기사입력 1998년 05월 20일 14시 20분
"없는거 빼곤 다 있어", "골라 골라∼."
왁자한 소음도 듣다보면 정겹다. 그곳엔 의욕이 있다.
탤런트 음정희는 요즘 틈만나면 서울 동대문시장으로 차를 몬다.
짙은 선글래스에 늘 말끔한 정장차림만 하는 그녀가 눈을 번득이며 복잡한 시장터를 누비는 행동엔 다 이유가 있다.
최근 출연중인 KBS 1TV의 아침드라마 `너와 나의 노래'의 배경에 맞는 15년전 의상을 구하기 위해서다. 어깨를 부딪히며 걷다보면 "잘살아 보세"를 외쳤던 70년대의 분위기도 고스란히 느낄수 있다. 의상도 구하고 드라마의 분위기도 간접 경험하고, 음정희로서는 시장에서 `도랑치고 가재도 잡는' 셈.
지난 4일부터 방송된 `너와 나의 노래'에서 그녀의 역은 군수딸인 미경. 친구인 염정아(재숙역)와 19세에 만나 끊임없이 인연의 고리를 엮어가며 파란만장한 삶을 산다.
음정희의 첫 모습은 새침데기 여고생. 흰색 교복은 물론 끈 굵은 브래지어, 러닝셔츠, 속치마 등 속옷까지 시장을 샅샅이 누벼 구입했다.
`준비된' 그녀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첫녹화때 스태프로부터 "의상이 상황에 잘 어울린다"는 칭찬이 대번에 쏟아져 나왔다.
연기생활 10년째인 음정희는 그동안 청순하고 밝은 캐릭터를 해왔다. 하지만 이번엔 성격이 미묘하다. 어머니없이 자란 탓에 감정기복이 심하다. 반면 가난하게 자란 염정아는 고민하지 않고 밝게 살려고 애쓰는 스타일.
이들은 이창훈을 놓고 삼각관계에 빠지고 음정희의 아버지가 염정아의 어머니와 재혼하자 자매가 되는등 극심한 인생 굴곡을 겪는다.
하지만 음정희는 `너와 나의 노래' 출연진들간의 첫 회식때부터 기분이 좋았다. 처음으로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염정아가 "언니"하고 살갑게 부르자 흥이 절로 났다. "잘만났네"라는 주위의 부추김에 못마시는 소주를 6잔이나 단숨에 비웠다.
음정희는 `우정과 사랑'의 정의가 기억나면 `너와 나의 노래'를 보라고 큰소리 친다.
[이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