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킹!지구촌] (24)'가슴노출'처녀 거리 활보
기사입력 1998년 05월 20일 14시 20분
이들의 시큰둥한 경계심은 포르투갈 스페인 독일 미국 일본 등 열강의 침략과 지배를 받아온 4백56년 동안의 역사적 상처와 무관하지 않은 듯싶다.
1526년 포르투갈 탐험대의 상륙과 1731년 스페인 선교단의 도착으로 얼룩지기 시작한 야프의 역사는 2차대전때 일본의 침략을 받으면서 고통의 극에 달했다. 당시 일본군에 징용된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곳에서 피땀을 흘리며 죽어갔다.
수백년 동안 외지인에게 시달렸던 야프 원주민들은 결속력과 공동체 의식이 유달리 강하다.
한 사람이 100달러를 벌면 100명에게 1달러씩 나눠줄 정도로 그들은 공동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이처럼 원주민들이 전통적으로 고집이 세고 배타적인 성격 탓인지, 야프는 미크로네시아연방의 다른 지역에 비해 문명으로부터 저만큼 비켜나 싱싱하게 살아있다.
처녀들도 때가 묻지 않아 젖가슴 노출을 별로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
야프의 중심지인 콜로니아에서도 풍만한 가슴을 드러낸 채 풀잎 치마만 걸치고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 여자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야프 여자들의 상큼한 눈에는 진한 서러움이 배어 있다. 남존여비 사상의 뿌리가 깊어서 원주민 여성의 지위는 노예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뜨거운 한낮에 여자들이 열심히 밭일을 하는 동안 남자들은 시원한 야자수 그늘 밑에서 한가롭게 지낸다.
남성들과 같은 식탁에 앉아 밥을 먹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심지어 솥과 식기 등도 남자들과 따로 쓰야 한다는 `불문율'이 야프 여자들에겐 숙명적인 족쇄가 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가 되면 오솔길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루카위 마을에선 민속 공연이 펼쳐진다.
수백년 동안 외지인들과 피를 섞은 탓일까. 빼어난 용모를 자랑하는 적갈색 피부의 남녀들이 소년 소녀들에게 둘러싸여 춤을 춘다.
꽃과 야자잎으로 치장한 여자들은 쌍꺼풀진 눈을 반짝이며 유연하게 허리를 돌려댄다. 예부터 야프 여자들은 전투에서 승리한 사내들을 위로하기 위해 정열적인 춤을 추었다고 한다.
괌이나 사이판에도 이같은 원주민들의 `퍼포먼스'가 있지만. 야프의 민속 공연은 세련되게 다듬어지지 않아서 인상적이다.
가슴을 드러낸 채 풀잎 치마를 흔들며 열정적인 춤을 추는 처녀 무용수들의 웃음 뒤에는 이곳 여자들의 어두운 삶의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애처롭다.
야프 가는 길
서울에서 야프군도까지 가는 직항편은 없다. 괌에서 비행기를 한번 갈아타야 한다. 서울에서 괌까지는 매일 항공편이 연결되지만, 괌에서 야프까지는 주 2회만 콘티넨탈항공이 다니므로 일정을 짤때 항공스케줄에 신경써야 한다.
야프섬에서의 반나절 투어는 35달러, 하루 투어는 60달러 정도 받는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