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재의연극수첩] 좋은녀석들-삶,새로운해석
기사입력 1998년 05월 19일 15시 19분
최근 배우 중심의 극단을 표방하고 나선 `연극세상'이 창단작을 선보였다. 서울 대학로 성좌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좋은 녀석들'이 그것이다.
90년대 최고의 흥행작가로 불리우는 `불좀 꺼주세요'의 작가 이만희의 희곡을 젊고 유능한 연출가 전 훈이 무대형상화했다.
`개별적 진실과 총제적인 거짓'이 작품의 화두다. 개인적인 시각과 입장에서 보면 진실하지만, 집단과 다수의 시각에서 보면 거짓이되는 삶의 이중성을 그리고 있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재벌총수가 된 박장수가 사업에 실패하고 직원들로부터 극한의 폭행을 당한다. 야반도주하면서 어렵게 시작한 결혼생활도 젊은 정부의 등장으로 흔들린다.
박장수는 사업, 아내, 정부문제로 혼돈 속에 파묻히고 마침내 살것인가, 말것인가하는 극단적인 결론을 내리기 위해 도피의 공간 암스텔담으로 간다.
마약, 콜걸, 안락사가 가능한 그곳에서 그는, 수없는 반문과 고뇌 끝에 새로운 삶의 희망을 찾는다는 게 극의 흐름이다.
극작가 이만희의 일상화법을 통한 언어의 재미, 그 뒤에 남는 은은한 울림이 주인공과 그를 둘러싸고 온갖 사유하는 인물들인 분신을 통해 그려낸다.
주인공 박장수의 갖가지 번민을 다양한 분신들의 사고를 통해 무엇이 인간 삶의 진실인가를 끊임없이 질문, 그 진실에 도달하고자하는 열망이 독특하다.
연출가 전훈은 극중에 대중가요를 적절히 섞고, 그림자 인형극을 도입, 이만희의 철학적 명제들을 보여지는 것의 즐거움으로 풀어내고 있다.
박용수(박장수 역)의 편안하면서도 우울한 인간미, 조재현의 정형적인 형식미, 최일화의 사실감, 이대연의 익살과 너스레, 이용녀 권영경의 안정감이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이 공연은 `개별적 재미'는 있으나 `총제적 의미'가 부족한 느낌이다. 또 창단작이라 작업에 참가한 배우들을 출연시키기 위해 많은 배역을 더블캐스팅한 것은 관객서비스나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극단 연극세상 단원들이 연극계와 관객들에게 `좋은 녀석들'로 오랜동안 남기를 기대한다. 고인배 김갑수 이금주 노승진 교체출연. 6월 28일까지. (02) 744-2627.
[문화팀장]
